
" 나는 삶의 후반이 전반부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과거의 실수를 탓하지 마세요. 조금이라도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스스로 ‘내 부고가 어떻게 쓰이길 바라는가’ 생각하고, 그것에 맞게 살아가세요. "
은퇴를 앞둔 워런 버핏(95)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이같이 말하며 “위대함은 돈이나 권력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남을 돕는 모든 작은 행동이 세상을 돕는 것이다. ‘황금률’(Golden Rule, 본인이 대접받고 싶은 만큼 대접하라)만큼 좋은 삶의 지침은 없다”고 강조했다. 10일(현지시간) ‘추수감사절 메시지(Thanksgiving message)’란 제목의 주주서한을 통해서다. 올해 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그의 마지막 편지다.
버핏 회장은 “앞으로 연례보고서를 직접 쓰거나 총회에서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영국식으로 ‘이제 조용해진다(going quiet)’고 할 수 있겠다”는 농담으로 편지를 시작하면서도 “매년 추수감사절 메시지를 통해 여러분과 내 자녀들에게 계속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편지에서 어릴 적 추억, 찰리 멍거 전 부회장(2023년 사망) 등 친구들과의 인연, 창업의 기회 등을 언급하면서도 차기 CEO인 그레그 에이블(63) 부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자신의 부재로 인한 주주들의 불안감을 달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버핏 회장은 지난 5월 초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은퇴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뒤 6개월간 버크셔의 주가는 10% 넘게 하락했다가 일부 회복해 연중수익률 10%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수익률인 16%보다 낮은 수준이다.
버핏 회장은 “주주들이 그레그에 대해 멍거 전 부회장과 내가 오랫동안 누려온 신뢰감을 갖게 될 때까지, 상당량의 A주(버크셔해서웨이 클래스A)를 보유할 것”이라며 “그 정도의 신뢰를 얻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내 자녀들은 이미 버크셔 이사들과 마찬가지로 그레그를 100%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주가 하락에 대해 “버크셔의 주가는 변덕스럽게 움직일 것이며, 60여년간 세 차례 그랬던 것처럼 가끔 주가가 50% 정도 빠질 수도 있다”며 “절망하지는 마시라, 미국(증시)은 다시 돌아올 것이며 버크셔 주가도 그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핏 회장은 지난 2분기 말 기준 약 1490억 달러(약 217조원) 상당의 버크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자신의 재산을 자녀들의 재단에 증여하는 속도를 높이겠다고도 밝혔다. 버크셔는 버핏 회장이 이날 버크셔 A주 1천800주를 B주 270만주(13억 달러 규모, 약 1조9000억원)로 전환해 자녀들이 관리하는 가족 재단 4곳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자녀들에겐 “정부나 민간자선단체보다 단지 조금 더 나은 성과를 거두길 바랄 뿐이다.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당부했다.

차기 CEO인 에이블 부회장에겐 “기대를 완벽히 충족했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깊이 파악하고 있다”며 “수십년간 건강에 문제가 없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이어 “경영진은 ‘65세 퇴직’ ‘부자되기’ 등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며 “버크셔는 미국의 자산으로 존재해야 하며 정부에 의존하는 ‘구걸꾼’이 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버핏 회장은 건강 상태에 대해 “놀랍게도 훌륭하다. 느리게 움직이고 독서가 점점 어려워지긴 하지만, 일주일에 5일 사무실에 출근해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며 “늦게 늙기 시작했지만, 일단 노화가 나타나면 그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감사하라. 이 나라는 기회를 극대화하지만, 보상의 분배는 언제나 공평하지만은 않다”며 “신중하게 영웅을 선택하고, 그들을 닮아가라. 완벽할 수는 없지만, 언제나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마지막 편지를 마쳤다.
고석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