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먼밀러로 사무실 의자 교체 신청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수년 전, 토스 총무팀으로부터 들어온 구매 요청 건. 사무용 의자 브랜드 ‘명품’으로 불리며 개당 100만~200만원에 달하는 허먼밀러 의자를 직원 개인이 덜컥 신청했다. 토스의 모든 사무용품 구매 건은 신청부터 승인, 배송 과정까지 사내 메신저 슬랙(Slack)에 전체 공개된다. 전 직원이 조용히, 하지만 주의 깊게 이 요청 건의 승인 여부를 지켜봤다.
회사가 업무 생산성 증진 차원에서 전 직원의 의자를 교체해주는 거면 몰라도 이게 가능한 요청일까. 의구심이 채 피어나기도 전에 총무팀 승인이 떨어졌다. 그때부터 토스 직원들 사이에선 너나 할 것 없이 사무실 의자 교체 바람이 불었다. 팀 차원에서 열 개씩 신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움직임이 전사적으로 확산되자 누군가 문제를 제기했다. 수익을 충분히 내는 대기업도 아니고, 투자금으로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에서 수백만원대 고급 의자 구매 건을 마구 승인하는 건 방만한 결정 아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승건 토스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당시 직원들에게 이렇게 공지했다.
“토스 구성원들은 다 성인입니다. 각자 어른답게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나 존중하겠습니다.”

토스 직원들 사이에서 ‘허먼밀러 사건’으로 회자되는 이 일화는 극강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토스의 조직문화 대원칙을 잘 보여준다. 조직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크든 작든 직원 모두에게 업무 결정권을 주는 구조. 그 책임에 기반해 성과를 내는 것.
업계에선 토스의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으로 바로 이 조직 문화를 꼽는다. 휴가 일수, 출근 시간, 법인카드 한도 제한도 없다. 자율성은 모든 직원이 자기 업무에 대해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로 불리는 최종 의사 결정권을 갖는, 토스만의 조직문화가 존재한다. 토스 직원들은 DRI를 ‘영토’ 같다고 표현한다. 모두 조금씩 영토에 대한 통치권을 갖고 있는데, 통치권이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결정해 버리면 팀원들의 신뢰를 잃고 결국 갖고 있는 영토도 잃고 만다. 이 자율성과 결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더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된다는 것.

평가는 엇갈린다. 누군가는 이 문화의 효능감을 체감한 뒤 다른 회사에 가서도 토스의 업무 방식을 적용하려는 ‘토라포밍’(토스+테라포밍)을 시도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체계 없이 서로 눈치 보고 업무에 몰입하기만을 강요하는 분위기’라며 뛰쳐나오기도 한다. 토스를 두고 “이승건 대표가 만든 사회 실험장 같다”는 퇴직자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 평가는 갈려도 한 가지 분명한 건 많은 이들이 토스를 궁금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트렌드 리포트 2024’에 따르면 스타트업 재직자 중 19.5%는 ‘일하는 방식을 알고 싶은 회사’ 1위로 토스를 꼽았다.
이승건 창업자는 왜 자신의 책상에 ‘제갈량의 우를 범하지 말자’는 메모를 붙여놨을까. 밤도 낮도 주말도 없어 ‘toxic’(사람을 지치고 병들게 하는 조직 분위기나 구조)하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토스의 기업문화, 지속 가능한걸까. ‘까’와 ‘빠’ 둘 다 미치게 하는 스타트업 토스는 앞으로의 10년도 지금처럼 살아남을 수 있을까. 토스 주요 경영진, 전현직 직원들, 투자자(VC), 업계 전문가와 관계자 등 다양하게 만나 토스라는 기업의 조직 문화부터 사업 모델, 향후 비전까지 정밀 분석했다. 그동안 어디에도 공개된 적 없었던 치과의사 출신 CEO의 ‘미친 베팅’ 일화부터 이승건 창업자 단독 인터뷰까지, 모두 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