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80만명.
지난해 11월까지 해외 출국자 수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같은 기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848만명에 달했다. 지난 한 해 미국 방문자 수는 164만명이었다. 두 나라를 찾은 한국인이 1000만명을 훌쩍 넘었다.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 가뜩이나 원화가 약세인데 미·일 두 나라의 여행 경비도 치솟을 전망이다. 미국은 국립공원 입장료를, 일본은 숙박세와 출국세를 줄줄이 인상했다. 이밖에도 두 나라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불리한 각종 정책을 속속 도입할 예정이다.
북중미 월드컵 보려는데 SNS 사찰?

미국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외국인의 진입 장벽을 계속 높이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전자여행허가(ESTA) 발급비를 21달러에서 40달러(약 5만8500원)로 두 배 가까이 인상했다. ESTA 신청자의 5년 치 SNS 정보와 10년 치 e메일 주소 제출을 의무화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60일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다음달 시행될 전망이다.
미국 여행을 계획 중인 한국인은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면서도 자기 검열에 나서는 모습이다. 미국여행 커뮤니티 사이트에 “미국을 꼭 가야 해서 SNS 게시물을 싹 지웠다” “유튜브 댓글도 문제가 될지 걱정된다” 같은 글이 줄 잇고 있다.

미국은 1월 1일 기준으로 국립공원 입장료도 인상했다. 트럼프의 일관된 정책대로 외국인에 한해서다. 요세미티, 그랜드 캐니언 등 미국의 인기 국립공원 11곳을 방문하는 외국인은 기존 입장료(어른 20달러)에 100달러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어른 네 명이 자가용 없이 그랜드 캐니언을 방문한다면, 480달러(약 70만원)를 내야 한다. 미국의 모든 국립공원에 들어갈 수 있는 연간 이용권도 기존 80달러에서 250달러로 3배 이상 올렸다.
이런 까닭에 '중고나라' 같은 국내 사이트에서 기한이 남은 연간 이용권 중고 거래가 심심치 않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불법이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은 이용권 양도를 엄격히 금지한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총격 사건이 벌어지는 등 나라 전체가 어수선한 분위기다. 환율도 불리한데, 6~7월에는 북중미 월드컵도 열리는 터라 숙박비와 물가가 더 치솟을 전망이다.
교토 숙박세 최대 9만3000원

일본은 지자체마다 숙박세를 도입하거나 인상하는 중이다. 교통난, 쓰레기 문제 같은 과잉 관광의 부작용을 관광객의 지갑을 빌려 해결하기 위해서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도시 교토(京都)는 현재 1인 1박 최대 1000엔인 숙박세를 3월 1만엔으로 10배나 올린다. 4월 홋카이도(北海道)는 4월 최대 500엔(약 4620원)의 숙박세를 처음 도입하고, 홋카이도의 삿포로(札幌)를 비롯한 13개 기초단체도 별도 숙박세를 부과한다. 미야기(宮城)현도 이달 13일 숙박세를 신설했고, 도쿄(東京)도는 현재 1박 200~300엔인 숙박세를 투숙비의 3%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자체만 세금을 올리는 게 아니다. 일본 정부도 오는 7월부터 출국세를 1인 1000엔(약 9300원)에서 3000엔(약 2만8000원)으로 3배 인상한다. 7월부터 일본에서 출국하는 항공권을 구매하면 출국세가 자동으로 항공료에 포함된다.
숙박세와 출국세는 일본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니 그럴 만하다 싶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11개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의 입장료를 외국인에게 더 받는 이중 요금제까지 추진 중이다. 지난해 개장한 오키나와의 테마파크 ‘정글리아’는 외국인 입장료를 내국인보다 27% 비싸게 받는 가격 차등제를 시행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일본 여행 마니아 S씨는 “주로 저개발국가가 시행하던 이중 요금제를 일본이 도입할 줄 몰랐다”며 “엔화가 조금만 올라도 일본 여행을 주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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