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개 임플란트로 보철물 지지
뼈이식 부담 최소화해 치열 완성… 수술·교합·사후 관리까지 정밀하게
자연치아를 여러 개 잃으면 일상에서 겪는 불편도 함께 커진다. 음식 섭취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발음과 외모,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평균 수명이 늘고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상실한 치아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노년기 구강 건강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환자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일도 쉽지 않다. 많은 수의 임플란트를 식립하는 치료는 수술 범위와 비용 부담이 크다. 틀니의 경우 저작력과 고정력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이런 간극을 메울 대안으로 ‘올온엑스(All-on-X)’가 주목받고 있다. 소수의 임플란트를 전략적으로 심어 하나의 고정성 보철물로 전체 치열을 회복하는 치료법이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최모(70)씨는 십수 년간 틀니를 사용했다. 처음에는 다시 음식을 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편은 커졌다. 음식을 씹을 때 잇몸이 눌려 통증이 심했고, 고기나 깍두기처럼 질기거나 단단한 음식은 먹기 어려웠다. 식사 도중 틀니가 들뜨거나 빠질까 신경 쓰다 보니 가족·지인과 한 식탁에 앉는 일조차 부담스러워졌다.
불편이 이어지자 최씨는 다른 치료법을 알아보다 올온엑스를 접했다. 최씨를 진료한 치주과 전문의 임세웅 병원장은 정밀검사를 통해 최씨 어금니 부위의 잇몸 뼈는 상당 부분 흡수됐지만, 다른 부위에는 임플란트를 지지할 수 있는 뼈가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남은 잇몸 뼈를 활용하는 올온엑스 치료 계획을 세웠다.
치료 후 최씨는 고정성 보철물로 전체 치열의 기능과 외형을 회복했다. 그는 “치아가 고정돼 있어 식사할 때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며 “최근에는 손주들과 구운 고기를 쌈에 싸 먹을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환자별 뼈 상태·구강 구조 맞춰 설계
올온엑스는 위턱이나 아래턱의 치아 대부분 또는 전체를 상실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통상 4~5개 안팎의 임플란트를 심은 뒤 하나로 연결된 고정성 보철물을 지지하는 방식이다. 이름의 ‘X’는 환자의 구강 상태와 치료 계획에 따라 필요한 임플란트 개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임세웅 병원장은 “환자의 잇몸 뼈 상태와 구강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해 임플란트 식립 위치와 개수를 계획한다”며 “조건이 맞으면 광범위한 뼈 이식을 줄이면서 저작 기능과 심미성의 회복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올온엑스의 핵심은 단순히 임플란트 수를 줄이는 데 있지 않다. 치아를 잃은 뒤 잇몸 뼈가 흡수되는 정도는 부위마다 다르다. 어금니 쪽 뼈가 많이 줄었더라도 앞니나 송곳니 주변에는 임플란트를 받쳐줄 만한 뼈가 상대적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런 차이를 파악해 임플란트 식립 위치와 각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면 임플란트를 비스듬히 심는 ‘경사 식립’ 기법을 적용해 남아 있는 뼈를 활용한다. 부족한 부위마다 뼈를 새로 보강하는 대신 기존 잇몸 뼈를 최대한 이용해 보철물을 안정적으로 지지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다만 모든 환자가 뼈 이식 없이 올온엑스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잇몸 뼈의 높이와 폭, 골질은 물론 신경과 상악동 같은 해부학적 구조, 전신 건강 상태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정밀검사를 바탕으로 환자마다 치료 계획을 달리해야 하는 이유다.
올온엑스는 틀니와 달리 매일 보철물을 뺐다 끼울 필요가 없다. 여러 개의 임플란트가 하나의 보철물을 지지하는 구조여서 환자 상태에 따라 개별 임플란트를 다수 심는 방식보다 치료 범위와 비용 부담이 덜하다.
▶기능·경제성·심미성 고려해 치아 회복
심미적인 장점도 있다. 전체 치아를 회복할 때는 씹는 기능뿐 아니라 외형도 신경 써야 한다. 치아를 오랫동안 잃은 상태로 지내면 잇몸 뼈가 흡수되면서 입 주변이 꺼져 보일 수 있다. 치아만 복원할 경우 오히려 치아가 지나치게 길어 보이는 문제가 나타난다. 올온엑스는 보철물의 치아와 잇몸 부분을 함께 설계해 얼굴과 입술의 형태, 웃을 때 드러나는 치아의 범위 등을 고려해 자연스러운 외형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 완성도를 좌우하는 것은 ‘교합 교정’이다. 보철물을 만든 뒤에는 위아래 치아가 맞물리는 교합을 정밀하게 조정해야 한다. 씹는 힘이 특정 부위에 몰리지 않도록 분산하고, 치아가 닿는 높이와 저작할 때의 움직임, 발음 등을 세밀하게 확인하는 과정이다. 수술뿐 아니라 보철 설계와 제작, 장착 후 조정까지 긴밀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전체 치아를 상실한 환자에게는 치료 기간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임플란트가 잇몸 뼈와 안정적으로 결합하려면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 치아 없이 지내거나 임시 틀니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걱정해 치료를 미루기도 한다.
임 원장은 “환자 상태에 따라 디지털 구강 스캐너와 3D프린팅 기술 등을 활용해 수술 당일 고정성 임시 치아를 장착하기도 한다”며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고 임플란트의 초기 고정력과 잇몸 뼈의 양·질, 전신 건강 상태, 교합 조건 등을 살펴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치료 후 관리도 중요하다. 임플란트 주변에는 자연치아와 마찬가지로 치태와 음식물 찌꺼기가 쌓일 수 있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임플란트 주위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한다. 특히 여러 개의 임플란트가 하나의 보철물을 지지하는 구조에서는 보철물 아래까지 청결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익히고 정기적으로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상 징후를 일찍 발견해 대응하는 것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임 원장은 “치아 상실로 불편을 겪고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신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