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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 & Leisure

    나홀로 누렸다…다도해의 붉은 아침, 푸른 밤

    By JoongAng Ilbo
    Nov 18, 2025

    전남 고흥 마복산(538.5m)은 기암괴석이 다채롭고 다도해 조망이 일품인 산이다.

    진우석의 Wild Korea ② 마복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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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흥 마복산 암반 야영 사이트에서 나 홀로 캠핑한 뒤 맞은 다도해 일출. 짙은 해무 사이로 떠오른 해가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였다.

    전남 고흥 마복산(538.5m)은 기암괴석이 다채롭고 다도해 조망이 일품인 산이다. 고흥 남쪽 해안과 나로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동쪽으로 이웃한 여수의 개도와 금오도까지 엿볼 수 있다. 정상 근처 암반 야영 사이트에 텐트를 치고 황홀한 하룻밤을 만끽했다.

    신록 사이사이 수려한 기암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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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복산에서 내려다본 다도해 해무.

    백패킹은 무거운 등짐 지고 한뎃잠을 자야 한다. 왜 고생을 사서 할까. 자유로워지고 싶어서는 아닐까. 일상의 궤도를 벗어나 낯선 공간에서 일탈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한뎃잠이지만 매력적인 보상이 있다. 풍요로운 숲, 전망 좋은 꼭대기가 야영 사이트다. 마복산을 선택한 건 다도해 조망 좋은 암반에서 하룻밤 묵고 싶어서였다. ADVERTISEMENT 마복사 주차장에서 15분쯤 걸어 조망이 열린 거북바위 앞에서 배낭을 내려놨다. 산은 신록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신록 군데군데 기암괴석이 박힌 모습이 장관이다. 마복산(馬伏山)은 말이 목을 쳐들고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형상이다. 정유재란 때에 왜선이 상륙하려다가 마복산 산세가 수천 마리의 군마가 매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퇴진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수려한 바위가 많아 작은 금강산, 소개골산(少皆骨山)이란 별칭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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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복산 봉수대에서 드론을 띄웠다. 시야에 거치는 게 없었다.

    정상 봉수대에 닿았다. 봉수대 위에 오르자 시야가 거침없이 열린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팔영산(608m)이다. 다도해 섬과 해창만이 어우러진 팔영산은 과연 ‘고흥 제1경’다운 장관이다. 남쪽 풍경은 나로도가 중심이다. 작은 저수지와 간척지를 품은 남성마을이 정겹고, 그 뒤로 나로도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엎드려 있다. 나로도가 이렇게 넓고 올망졸망한 산으로 가득한 줄 몰랐다.

    해가 기울 시간이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다행히 암반 야영 사이트는 아무도 없고, 소문대로 바다 방향이 열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먼저 텐트를 치고 저녁을 준비한다. 참치 통조림을 따고, 비화식 비빔밥을 조리해 한술 뜨자 꿀맛이다. “이장입니다. 내일 마을 부녀회에서는….” 훤히 내려다보이는 남성마을 이장님의 방송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이장님은 이방인이 방송을 듣고 있는 줄 꿈에도 모르리라.

    야영 땐 비화식 도시락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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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진 뒤 마복산에서 내려다본 다도해의 푸른 밤.

    시나브로 해가 기울고 남성마을에 하나둘 불이 들어온다. 밤이 찾아오는 마을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부른 배를 두드리며 암반에 드러누웠다. 하늘에는 이미 반달과 별이 떴다. 바람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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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패킹 짐은 주머니 여러 개에 나누어 정리하는 게 편리하다.

    밤새 뒤척뒤척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시계를 보니 오전 5시20분이다. 텐트 밖 풍경은 어떨까. 설레는 마음에 머리를 텐트 밖으로 빼꼼 내밀었다가 화들짝 놀랐다. 동쪽 하늘은 붉게 물들었고, 해안과 마을에 풀어진 솜사탕 같은 해무가 가득했다. 허겁지겁 나와 일출을 맞는다. 여수 돌산도 위로 구름을 헤치고 방긋 해가 솟는다. 멀리 우미산(447.5m)과, 그 산자락이 바다와 만나는 언덕에 자리한 고흥우주발사전망대가 또렷하게 보인다. 나로도 우주센터의 발사대를 본떠 만든 전망대는 금방이라도 하늘로 솟아오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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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복산은 기암괴석이 발달해 작은 금강산, 소개골산이란 별칭으로 불린다.

    아침 메뉴는 라면이다. 한 젓가락 먹고 바다를 보고, 후루룩 국물 마시고 또 바다를 본다. 짐을 다 싸놓고 좀처럼 떠나지 못한다. 아예 돗자리를 깔고 앉아 풍경을 즐긴다. 해안선은 부드럽게 흐르고, 크고 작은 섬은 물고기 머리처럼 동글동글하다. 하염없이 ‘바다멍’을 하다가 오전 9시가 넘어 길을 떠난다.

    소사나무가 빽빽한 부드러운 능선이 한동안 이어진다.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아침 산길을 걷는 것보다 행복한 게 또 있을까. 내처 조선바위와 용사바위까지 내달았다. 조선바위는 설악산 흔들바위처럼 벼랑에 놓인 둥그런 바위다. 용사바위는 산허리 일대에 우뚝 솟은 바위들로, 창을 든 병사들이 도열한 것 같다.

    바위와 바다를 지긋이 바라보고 내려오면 해재에 닿는다. 해재부터 마복사 주차장까지는 임도가 이어진다. 지루하지만 그윽한 숲길을 걸어 마복사 주차장에 닿으면서 백패킹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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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신재민 기자

    ☞여행정보=마복산 백패킹은 한두 명 정도의 소규모로 다녀오는 걸 추천한다. 차는 마복사 주차장에 세운다. 산행은 마복사 주차장정상암반 야영 사이트해재마복사 주차장 순서. 원점 회귀 코스다. 거리는 실측 약 6.6㎞(안내판 6.2㎞), 넉넉하게 4시간쯤 걸린다. 정상에서 해재 방향으로 약 500m 지점의 암반에서 야영 사이트를 구축한다. 조망이 탁월하지만, 바닥이 고르지 못해 불편하다. 산에서 식수를 구할 곳이 없다. 하룻밤 자려면 1인 최소 2ℓ의 물이 필요하다. 백패킹은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화기를 쓰지 않는 비화식 도시락을 준비하고, 모든 쓰레기는 가져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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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우석

    글·사진=진우석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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