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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군인의 명령과 책임의 경계

By Admin
Feb 27, 2026

이재학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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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군인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존재라고 말한다. 총성이 울리는 전장에서 지휘관의 한마디는 생과 사를 가르는 절대적 기준이 된다. 그러나 한국의 계엄 사태 이후 국군의 최고 지휘관인  7명의 4성 장군이 물러나고, 적지 않은 장성들이 옷을 벗거나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현실은 우리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명령에 충실했던 군인의 삶과 헌법적 책임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아야 하는가.
 
한 개의 별을 달기까지 30년이 넘는 세월을 오직 국가와 군을 위해 헌신해 온 이들이다. 혹독한 훈련과 끝없는 긴장 속에서 부하의 생명을 책임지며 국가 안보의 최전선에 서 있었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경력은 단순한 직업 이력이 아니라 피와 땀, 그리고 가족의 희생으로 쌓아 올린 역사다. 그렇기에 오늘의 상황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우리 모두의 숙고를 요구한다.
 
군 조직의 근간은 상명하복이다. 명령 체계가 흔들리는 순간 작전은 실패하고 더 큰 희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전시나 긴급 상황에서는 지휘관의 결단을 신속히 따르는 것이 군의 생명선이다. 우리 군은 6·25전쟁이라는 혹독한 역사 속에서 명령과 복종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배웠다. 그 경험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오늘의 안보를 지탱하는 교훈이다.
 
그러나 또 다른 진실도 존재한다. 군은 국가와 헌법에 충성하는 조직이다. 명령이 법과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때, 지휘관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절대 가볍지 않다. 명령 불복종은 범법이지만, 위헌적 행위에 가담하는 것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군인의 직업윤리와 시민으로서의 양심이 충돌한다.
 
우리는 흔히 훌륭한 지휘관의 덕목을 이렇게 말한다. “책임은 나에게, 공로는 부하에게.” 이 짧은 문장은 군 리더십의 본질을 압축한다. 진정한 지휘관은 성공의 영광을 나누고 실패의 무게를 홀로 감당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바라는 것도 어쩌면 같은 모습일 것이다. 책임을 회피하거나 서로에게 떠넘기는 모습이 아니라, 국가와 조직을 위해 묵묵히 책임을 지는 자세 말이다.
 
군의 존재 이유는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데 있다. 명령 체계를 불신하게 만드는 환경 속에서는 그 사명이 온전히 수행될 수 없다. 법치와 안보는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지켜야 할 두 축이다. 우리는 법의 엄정함을 유지하면서도 군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별은 계급장을 떠나지만, 군인의 명예와 책임은 역사 속에 남는다. 전장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총성이 멎은 지 오래지만 질문은 남아 있다. 위기의 순간, 우리 군은 흔들림 없이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가. 군의 명령 체계는 단순한 규율이 아니라 나라를 지켜 온 마지막 보루다. 진정한 충성 앞에 명령을 존중하면서도 법을 지키는 지혜, 그것이 우리가 찾아야 할 길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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