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민주당 상원 선거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민주당의 첫 일성은 ‘이란전쟁·관세 종식’이었다. 예산 제한·입법 등으로 관철하겠다는 생각인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벽을 넘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하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100% 자회사’처럼 움직이던 시절은 끝났다”며 “휘발유 가격을 치솟게 한 전쟁과 미국인의 비용을 한 해 수천 달러씩 끌어올린 트럼프 관세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슈머는 “건국의 아버지들은 국민 동의 없이 전쟁을 벌이는 대통령을 억제하는 방법 중 하나로 (의회에) 예산 권한을 줬다”고 말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슈머의 발언을 이란전쟁을 끝내기 위해 국방부 예산 지원을 막을 거란 경고라고 해석했다.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은 하원에서만 통과됐고 상원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월 미국 메인주 뱅거에서 JD 밴스 미 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의 부정선거 방지 정책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의회 승인 없는 전쟁은 안 된다는 전쟁권한 결의안을 통과시켜 압박할 수도 있다. 슈머는 “이미 전쟁을 끝내는 데 동참한 공화당 의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상원 전쟁권한 결의안 통과 당시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 4명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화당 내에서도 중간선거 패배를 두고 이란전쟁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우리가 선거에서 패배한 이유는 전쟁 때문이다. 대통령 본인도 그렇게 말했다”며 “(이란전쟁이) 향후 6년간 상원을 내줄 만한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한번 해보라”고 적었다.
하킴 제프리스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민주당은 입법을 통해 관세 저지에도 나설 전망이다.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를 무효화했지만, 트럼프는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등 다른 법적 수단으로 관세를 유지하거나 새로 부과하는 걸 추진 중이다. 민주당은 이를 제한하는 법안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실제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 7월 주요 관세에 의회 사전 승인을 의무화하는 ‘2026년 의회 무역권한 개혁법’을 발의했다.
다만 민주당의 시도는 트럼프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있다. 전쟁은 예산과 결의안 등으로 압박할 순 있지만 대통령의 군 통수권을 제한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트럼프는 “다시 (전쟁을) 해야 한다면 해야 할 것”이라며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놔둘 수 없다”고 말했다.
관세 제한 법안 역시 의회를 통과해도 트럼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막기가 어렵다.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의석 과반을 확보했지만, 대통령이 의회에 다시 넘긴 법안을 재의결하는데 필요한 3분의 2 의석(상원 67석, 하원 290석)엔 못 미친다.
한편 민주당은 트럼프 일가의 수조원대 재산 증식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기로 했다. 차기 하원 감독위원장으로 유력한 로버트 가르시아 민주당 의원은 “트럼프 범죄 일가가 조사의 최우선 대상”이라고 말했다. 차기 하원 법사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제이미 래스킨 의원도 “‘돈을 내면 특혜를 받는 부패(Pay to play)’를 집중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 트럼프의 사면권 돈벌이 의혹과 개인 주식 투자 등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내에선 중대한 비위 사실이 드러나면 트럼프를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지도부는 선을 그었다. 제프리스는 “탄핵 얘기를 꺼낸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시절 민주당 주도로 상정된 두 차례 탄핵소추안이 상원에서 부결돼 역풍을 맞은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도 “(탄핵을 추진하면) 민주당이 파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타협안으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탄핵이 떠오르고 있다. CNN은 하원에서 전쟁책임을 물어 이르면 다음주 헤그세스 탄핵소추안 표결을 할 수 있으며,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에도 찬성하는 의원들이 있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날 “그는 잘하고 있다”며 헤그세스를 신임했다. 하지만 물밑에선 헤그세스를 경질하고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로 교체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CBS 방송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