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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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성환 기자] 여자 배드민턴의 한 시대가 저물었다. 타이쯔잉(31·대만)이 긴 재활 끝에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대만 '리버티 타임즈 넷'은 7일(한국시간) "영원한 배드민턴 여왕 타이쯔잉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식 은퇴를 발표했다! 충격적인 행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타이쯔잉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그 동안 보내주신 관심과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한다. 크고 작은 모든 경기, 모든 기복, 눈물과 웃음 속에서도 나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 많은 분들이 나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에 찾아와 주셨다"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작년은 내게 정말 힘든 한 해였다. 파리 올림픽을 떠올려 보면, 내 발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저 필사적으로 싸우고, 거의 불가능한 우승 가능성을 위해 싸우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 날 포기하지 않았기에, 나도 나 자신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 고통과 무력감은 결코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라고 되돌아봤다.
타이쯔잉이 라켓을 내려놓는 이유는 부상이다. 그는 "지난해 마지막 몇 경기에서는 무릎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야 했다. 프로 선수로서 커리어를 완전히 마감할 수는 없었다. 모든 걸 받아들이고 내려놓기까지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연약해 보이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완벽한 은퇴식을 해드릴 순 없을 것 같다"라며 이대로 은퇴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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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타이쯔잉은 "지난 한 해는 오랜 재활 기간으로 가득했다. 왼발과 오른발 모두 수술했다. 국가훈련센터와 협회의 지원과 보살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기적적인 수술로 무릎을 완전히 회복시켜 주셔서 앞으로도 정상적인 활동과 스포츠를 계속할 수 있게 해 주신 저우 웬이 박사님께도 감사드린다"라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마지막으로 그는 "은퇴 후 무엇을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이제 알람시계 없는 삶을 살아볼 때"라며 "배드민턴이 내게 준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 배드민턴계에서 타이쯔잉의 시대는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타이쯔잉의 정신이 여러분의 여정에 함께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 타이쯔잉의 은퇴 소식에 많은 이들이 응원 댓글을 남겼다. 태국 선수 최초로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라차녹 인타논과 유명 해설가 질리언 클라크, 대만 탁구선수 정이징 등이 타이쯔잉의 앞날을 응원했다. 안세영도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라며 행운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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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쯔잉은 대만 최고의 배드민턴 스타다. 그는 2018 자카르타 아시안 게임 금메달, 2021 도쿄 올림픽과 세계 선수권 대회 은메달 등 국제 대회에서 32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2022년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포츠 이투데이'는 "타이쯔잉이 공식적으로 배드민턴 코트를 떠나면서 20년이 넘은 전설적인 여정을 마무리했다. 그는 15세에 국제 무대에 처음 등장하자마자 놀라운 명성을 얻었고, 한 걸음 한 걸음 세계 정상에 올랐다. 타이쯔잉은 지금까지도 역사상 유일하게 30회 이상 우승한 여자 단식 선수"라고 헌사했다.
매체는 "타이쯔잉은 슈퍼 시리즈 12회 우승, 골드 그랑프리 3회 우승, 월드 투어 17회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대만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 게임 금메달, 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했다. 2016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72주 연속 세계 랭킹 1위를 지켰고, 총 214주 동안 왕좌에 앉으며 배드민턴 역사상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다"라고 강조했다.
타이쯔잉은 우아한 플레이로 유명했다. 클라크는 지난 9월 타이쯔잉이 자신이 본 가장 위대한 여자 단식 선수라고 경의를 표하며 그의 예술 같은 플레이와 우아함은 이미 모든 기록을 뛰어넘었다고 극찬했다. 그는 "타이쯔잉은 배드민턴계의 예술가다. 그녀의 몸놀림은 발레리나처럼 가볍고, 페이크는 마술사, 리듬 조절은 지휘자 같다. 창의력은 피카소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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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쯔잉이 물러나면서 안세영의 '셔틀콕 여제' 지위는 더욱 공고해지게 됐다. 안세영은 이번 시즌에만 9개 대회에서 우승하며 2023년 자신이 세웠던 단일 시즌 여자 선수 최다 우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커리어 누적 상금도 어느덧 220만 달러(30억 6000만 원)를 넘어섰다.
특히 안세영은 월드 투어 슈퍼 750과 슈퍼 1000으로 구성된 10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대기록까지 달성했다. 배드민턴 전문가 벤 베크먼은 "비범한 선수의 놀라운 업적이다. 더욱 놀라운 건 안세영이 불과 23살이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는 10개 대회 중 8개 대회에서 두 번 이상 우승했다"라며 "안세영은 정말 미쳤다. 정말 대단한 선수"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제 안세영은 타이쯔잉의 최장 기간 세계 랭킹 1위와 단일 시즌 최다 우승 신기록을 넘본다. 현재 그는 56주 연속, 총 118주째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이번 시즌 남은 대회는 두 개. 만약 안세영인 이달 말 열리는 호주 오픈(슈퍼 500)과 12월 월드투어 파이널에서도 우승한다면 모모타 겐토(일본·은퇴)가 2019년 남자 단식에서 작성한 단일 시즌 11회 우승 기록까지 따라잡게 된다.
2002년생인 안세영의 나이를 고려하면 타이쯔잉을 제치고 GOAT(Greatest of All Time) 등극은 따 놓은 당상이다. 중국 '시나 스포츠'도 "안세영은 이제 GOAT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 그는 배드민턴 역사상 가장 완벽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그는 이미 3년 넘게 세계 무대를 지배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안세영을 이길 방법이 없다"라고 극찬했다. '타이 사운즈' 역시 "안세영의 여자 단식 지배 왕조는 이제 막 시작일 뿐"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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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타이쯔잉, 대한배드민턴협회 소셜 미디어.
고성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