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지리산 동쪽 자락에 자리한 경남 산청 금수암은 사찰음식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찰음식 명장’인 대안스님이 절 입구에 레스토랑 ‘자연바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5일 대안스님이 직접 채취한 산나물을 보여주고 있다.'
새삼 사찰음식이 유행이다. 요리 대결 프로그램에 출연한 스님이 연예인처럼 주목받는 세상이다. 외국인 관광객도 한국의 절밥 좀 먹어보겠다며 외진 산골까지 찾아 들어온다.
사찰음식은 채식과 다르다. 불교에서는 식사도 수행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지리산 자락, 경남 산청의 금수암에서 하룻밤을 묵고 왔다.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맛보고, 스님 말씀을 들으며 흐트러진 몸과 마음을 다잡았다.
지리산식 이탈리아 음식
금수암은 사찰 음식 명가다. 2019년 조계종이 역대 세 번째로 ‘사찰음식 명장’으로 임명한 대안스님(65)이 주지로 있다. 대안스님은 1998년부터 방송·책·강연 등을 통해 사찰 음식을 알렸고, 음식으로 박사 학위도 받았다. 서울 조계사 앞의 사찰 음식 전문점 ‘발우공양’을 약 10년간 책임지기도 했다.

자연바루 인기 메뉴인 연잎밥정식과 산야초 파스타(오른쪽). 절밥은 심심하다는 편견을 깨는 음식들이다.
금수암이 유서 깊은 암자는 아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찾아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절 입구에 자리한 식당 ‘자연바루’ 때문이다. 2023년 12월 문 연 식당은 사찰음식의 통념을 깬다. 산야초 파스타, 콩갈(갈비맛 콩고기) 피자, 콩까스 등 낯선 음식으로 가득하다.

대안스님이 개발한 콩갈 피자. 고기 식감과 비슷한 ‘콩고기’와 모차렐라, 루콜라 맛이 조화롭다.
대안스님은 “피자와 파스타는 스님들이 좋아해서 개발한 메뉴”라며 “우리(승려)가 육식은 안 하지만 치즈는 먹을 수 있지 않으냐”며 웃었다.
자연바루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연잎밥과 산야초 파스타를 맛봤다. 산야초 파스타는 생김새가 바질 페스토 파스타와 비슷했다. 바질 대신 산취·오가피순·두릅 등 우리네 나물로 만든 페스토 맛이 신선했다.
연잎밥은 8개 밑반찬의 하모니가 출중했다. 참죽나물 넣은 장떡과 제피(초피나무잎) 양념을 얹은 메밀묵이 입에 맞았다. 마늘·대파 같은 오신채(五辛菜)를 안 넣었는데도 감칠맛이 강렬했다.
스님과 함께 사찰 근처 고사리밭을 올라가 봤다. 고사리는 물론이고 들메나무 순과 둥굴레 순도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들메나무 순을 발견한 대안스님이 반가운 표정을 짓더니 “이 동네에는 ‘두릅 팔아서 들메나무 순 사 먹는다’는 말이 있다”며 바삐 손을 놀렸다.
쏟아지는 별 보고 모처럼 꿀잠
산청까지 갔는데 밥 한 끼만 먹고 오긴 아쉽다. 이왕이면 산사에서 하룻밤 묵으며 마음의 안식도 누리고 오면 좋겠다. 금수암도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지난 1월 시작했다. 예불 참여를 강제하지 않는 휴식형 템플스테이인데, 대안스님의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저녁을 먹고 방사에 짐을 풀었다. 금세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맹꽁이 우는 소리가 백색소음처럼 옅게 메아리쳤다. 마당으로 나갔더니 별이 쏟아질 것 같았다. 대웅전 위로 떨어지는 별똥별도 봤다. 금수암이 ‘밥 맛집’이자 ‘별 맛집’이라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혼자서 피식 웃으며 방에 들어와 꿀잠을 잤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발우공양을 체험하는 모습.
이튿날 아침, 템플스테이 참가자들과 함께 대안스님이 준비한 음식으로 발우공양을 체험했다. 취나물무침, 참죽나물장아찌, 들깨두부조림, 버섯 감잣국. 화려하진 않아도 하나같이 여운이 깊은 음식이었다.
스님이 내려준 커피를 마시며 차담도 나눴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고민을 털어놓았고 스님은 “세상에 고정된 것은 없으니 보이는 현상에 휩쓸리지 말라”며 불법을 전했다.
부산에서 온 이윤선(33)씨는 “이직을 앞두고 있는데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먹으며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공양간에서 본 문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