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외교부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문제에 일본이 무력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밝힌 발언의 철회와 직접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날 진행된 류진쑹 아주국장과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의 협의 결과를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마오 대변인은 “중국은 일본 측이 잘못된 발언을 철회하고 중국과 관련된 문제에서 더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실제 행동으로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수호할 것을 엄숙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즉시 잘못된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며 “반성하면서 입장을 바로잡고(改弦更張·개현경장) 중국 국민에게 명확한 해명을 내놓으라”고 목청을 높였다. 사실상 다카이치 총리의 직접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총리의 대만 발언 철회를 거부했다.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은 “기존 정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가나이 국장이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의 ‘다카이치 총리 참수’ 발언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며 중국 측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날 일본 영화의 중국 내 상영을 금지하는 사실상의 한일령(限日令)을 발령했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이날 “‘짱구는 못 말려: 초화려! 작렬하는 떡잎 마을댄서즈’와 ‘일하는 세포’ 등 일본 영화의 상영이 중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어 “이번 조치는 일본 수입 영화의 종합적인 시장 성과와 우리나라(중국) 관객들의 정서를 평가해 내린 신중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조기 종영설이 제기된 흥행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며칠간 더 상영할 수 있는 키(상영 허가)를 받았지만, 업계에서는 상영 횟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2016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여행 자제령과 한국 대중문화 제한 조치인 ‘한한령’을 내린바 있다.
무력 압박도 강도를 높였다. 중국 해사국은 서해 남부 해역에서 19일부터 오는 25일까지 8일간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실탄 사격훈련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연합보는 “훈련 해역이 가장 가까운 일본 섬으로부터 870㎞, 일본 본토인 규슈에서 약 900~1000㎞ 떨어져 있다”며 대일 무력시위로 해석했다. 지난 15일에는 중국군 소속으로 추정되는 드론이 대만 동쪽과 일본령 요나구니섬 사이를 선회 비행했다고 일본 합참 격인 통합막료감부가 17일 밝혔다.
각종 교류 행사도 속속 중단됐다. 일본 여행과 유학에 자제령이 내려진 데 이어 이달 말 열릴 예정이던 제21회 도쿄-베이징 포럼이 연기됐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보도했다. 2005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민간 회의인 도쿄-베이징 포럼은 팬데믹 기간에도 온라인으로 전환해 열렸다. 중국 대형 국유여행사는 일본행 단체 및 개인 여행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해당 여행사 공식 웹사이트에선 일본, 도쿄 등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중·일 지자체 간 교류도 올스톱됐다. 마에다 신타로 일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장도 18~20일로 예정됐던 중국 출장을 연기했다고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마에다 시장은 중국 장쑤성 타이창(太倉)시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측으로부터 “상황이 나빠졌다. 이번 방문은 연기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오는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8회 서일본-중국 우호교류회도 취소됐다. 앞서 ‘참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쉐 총영사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 부편집인 출신의 덩위원(鄧聿文) 시사평론가는 “한국에 ‘한한령’을 내렸던 중국이 이번에는 일본에 ‘한일령’을 내리는 모양새”라며 이번 중국의 반발 배경을 “다카이치 총리가 경주 중·일 정상회담과 다른 대만 발언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위에 도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경진.김현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