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열 시 환자 3분의 1은 사망까지
가족내 환자 있다면 선별검사 해야… 중년여성은 증상 없어도 검진 필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데 책 대신 새로 시작한 의학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여러 질환이 등장하는데, 단골이 파열 뇌동맥류이다. 신경외과 응급질환이고 결국 3분의 1의 환자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며, 재출혈의 위험이 매우 높아서 빠르게 동맥류를 막는 치료가 필요하다.
▶파열 뇌동맥류, 드라마 등장하는 단골 질환
뇌동맥류는 뇌의 혈류가 갈라지는 부위에서 발생하며, 내부 경동맥 분기부와 전방 교통동맥, 후방 교통동맥, 중대뇌동맥 분기부가 중요한 발생 부위로 알려져 있다. 혈류의 압력이 집중되어 혈관벽에 부담을 주는 부위에 동맥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뇌동맥류의 유병률은 전 인구의 약 2~4% 정도이고 뇌동맥류 파열은 연간 10만 명당 10~11명 정도 발생하고 있다. 2016년 국내 비파열 뇌동맥류로 진단받은 성인은 3만8000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다행히 파열 뇌동맥류는 6500명으로 큰 변화는 없고, 연령을 보정하면 매년 감소 추세이다. 비파열 뇌동맥류의 진단과 치료가 증가하면서 파열 뇌동맥류가 감소한 결과로 해석한다.
드라마 속에서는 주인공이 경부 강직을 호소하는 청소하는 직원의 파열 뇌동맥류를 예측하고 만일을 대비해서 원내에서 자면서 대기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하지만 뇌동맥류는 파열 이전에 특별한 증상이 없다. 뇌신경 주변의 혈관에서 뇌동맥류가 발생해 뇌신경을 압박하면 뇌신경 장애(안구운동장애, 시야 결손, 의식 저하 같은 심각한 증상을)가 나타날 수 있으나 이는 흔하지 않다. 파열된 뇌동맥류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 극심한 두통, 경부 강직, 메스꺼움 및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인다.
대부분의 환자가 “생애 처음 느껴본 고통”이라고 표현한다고 하니, 이때는 빠르게 병원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출혈의 양이 많을 경우 처음부터 의식저하가 관찰되고 이 상태에서는 병원으로 빠르게 이송해서 치료를 하더라도 매우 불량한 예후를 보인다.
뇌동맥류의 치료는 위치·크기·모양에 따라서 결정되는데, 발견되는 뇌동맥류의 상당수는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뇌동맥류가 발견됐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해서 치료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비파열 뇌동맥류는 개두술(開頭術) 및 뇌동맥류 결찰술과 혈관 내 코일 색전술로 치료한다. 뇌동맥류 경부 결찰술은 개두술을 통해 두개골을 열고 뇌동맥류를 박리한 후, 뇌동맥류의 경부를 클립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집게로 물어 차단하는 수술이다. 최근 중재술(치료를 위해 신체 내부에 기구 등을 넣어 병변에 개입하는 시술의 형태)로 시행되는 혈관 내 코일 색전술(塞栓術)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다리 쪽의 대퇴동맥을 통해 도관을 삽입하여 뇌동맥에 접근한 뒤 뇌동맥류에 코일을 넣어 막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혈류전환 스텐트를 이용해 뇌동맥류를 통과하는 혈류를 감소시켜 폐색을 유도하는 혈류전환 스텐트 색전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개두술 없이 치료가 가능해서 회복도 빠르나 모든 경우에 시행되는 것은 아니고, 치료 방법은 전문과와 상의 후 결정하게 된다. 뇌동맥류 파열 시에는 우선 뇌압을 조절하고, 뇌동맥류가 재파열돼 추가적인 뇌 손상을 입지 않도록 서둘러 치료를 시행한다. 이후 뇌지주막하출혈에 대한 신경외과적 집중치료를 시행한다.
선별검사는 가족 내(부모, 형제 자매 및 자녀)에 2명 이상의 뇌동맥류 환자가 있는 경우, 상염색체 우성 다낭콩팥질환 환자에서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국인 인구 집단에서 고령화, 여성 성별, 고혈압, 심장 질환 병력 및 뇌졸중 가족력이 뇌동맥류 발생 위험을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이라서 중년 이후의 연령, 특히 여성에서 증상이 없더라도 여유가 된다면 건강검진 시에 뇌혈관 검사를 한 번쯤 시행해 보면 좋다. 미리 발견되면 파열되어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파열 뇌동맥류 진단 후 추적 관찰을 권유 받았다면 반드시 정기적으로 뇌동맥류의 변화를 확인해야 하며, 파열 위험인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에서는 금연, 적절한 식습관과 운동, 금주가 늘 강조되는데 이는 뇌동맥류 예방에 도움이 된다.
▶파열 뇌동맥류 환자들 “처음 느껴본 고통”
드라마에서는 뇌동맥류 파열 시에 개두술, 뇌동맥류 결찰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보여 주기도 한다. 신경외과 수술은 위험도가 매우 높은 긴 수련이 필요한 고난이도의 수술인데, 최근에는 이를 전공하는 의사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기존 인력도 번아웃에 빠져서 사직하고 있다고 한다. 뇌동맥류 파열로 병원을 빠르게 가더라도 수술할 의사가 없어서 다른 곳으로 전원하게 된다면 수술의 골든타임을 놓쳐서 예후가 매우 불량할 수 있다.
오일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