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이 악화되는 시기에는 실제로 계절성이 있다. 다만 언 제가 가장 위험한지는 나라에 따 라 아이에 따라 다르다. 어느 나 라에서는 겨울에 악화가 많고, 다른 나라에서는 학교가 시작되 는 초가을에 병원을 찾는 아이들 이 늘어난다. 봄과 가을에 모두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기후와 꽃가루가 다르고, 학교생활과 호 흡기 감염의 유행 시기도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4월·10월에 아 이들 기도 예민 그렇다면 우리나라 아이들의 기도는 어떨까. 몇 년 전 우리 연 구팀도 같은 궁금증을 가졌다. 병원을 찾은 횟수만 세는 대신 천식이 있는 아이들 89명에게 집 에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최대호 기유속을 측정하도록 했다.
최대 한 숨을 들이마신 뒤 힘껏 내쉴 때 공기가 가장 빠르게 나오는 속도로, 기도의 상태를 간접적으 로 살펴볼 수 있는 지표다. 일년 넘게 기록을 모아보니 흥미로운 변화가 보였다. 아이들의 최대호 기유속은 겨울보다 가을에 낮았 고, 월별로는 특히 4월과 10월에 떨어졌다.
4월과 10월은 서로 다른 계절 인데 왜 아이들의 기도는 두 시 기에 모두 예민해졌을까. 한 가 지 이유로 설명할 수는 없다. 낮 과 밤의 기온 차가 커지고, 계절 에 따라 꽃가루와 집먼지진드기 같은 알레르겐 노출도 달라진다. 미세먼지와 황사 같은 대기오염 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가을에는 학교생활이 다시 시작되면서 호 흡기 바이러스 감염까지 늘어난 다. 천식은 하나의 원인이 스위 치를 켜듯 악화되기보다, 여러 자극이 겹치면서 잘 유지되던 균 형이 무너지기 쉬운 병이다.
이런 계절의 변화를 생각하면 진료실에서 늘 묻는 질문 하나가 중요해진다. “지난해에는 언제 부터 나빠졌나요?” 천식이 있는 아이에게 지난해 의 9월과 10월은 과거만은 아니 다. 올해 언제부터 조심해야 하 는지, 치료를 언제 다시 점검해 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단서가 된 다. 그래서 매년 비슷한 시기에 천식이 악화되는 아이라면 증상 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 다.
이전 몇 년 동안 언제 증상이 시작됐는지, 응급실에 갔던 때는 언제인지 살피고 그보다 앞서 치 료 상태를 점검한다. 필요하다면 조절제를 언제부터 시작하거나 조정할지도 미리 계획한다. 물론 지난해 9월 15일에 나빠 졌다고 올해도 9월 15일에 나빠 지는 것은 아니다.
천식의 달력은 해마다 조금씩 움직인다. 올해의 기온과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다 르고, 알레르겐에 노출되는 정도 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는 진료실에서 지난해의 달력과 올해의 아이를 함께 보라고 한다. 예년에 나빠졌던 시기를 기억 하되, 그 시기가 다가오면 증상 이 없더라도 처방받은 조절제를 잘 사용하고 있는지, 흡입 방법 은 정확한지 다시 확인한다.
여기에 올해의 신호를 겹쳐 본다. 아침저녁 기온 차가 갑자기 커졌 는지, 학교에서 감기가 돌기 시 작했는지, 밤이나 새벽에 기침이 다시 생기는지, 뛰어놀 때 예전 보다 쉽게 숨이 차지는 않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알레르기가 있 는 아이라면 문제가 되는 꽃가루 의 유행 시기나 예보도 함께 확 인할 수 있다. 특히 부모가 놓치기 쉬운 때는 아이가 아주 잘 지내고 있을 때 다. 천식은 기도에 만성적인 염 증이 있고 여러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질환이다. 몇 달 동안 기침이나 쌕쌕거림이 없었다고 해서 다시 악화될 가능성까지 사 라진 것은 아니다. 여름 내내 잘 지낸 아이의 흡입제 사용이 조금 씩 뜸해지다가 감기와 함께 갑자 기 증상이 심해지는 모습을 진료 실에서 종종 만나는 이유다. 따 라서 조절제를 줄이는 결정도 증 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임의로 하기보다는 다음 계절의 위험까 지 고려해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 이 좋다.
여름 내내 잘 지냈다고 안심 해선 안 돼 그해 9월 세연이는 학교에서 유행한 감기에 걸렸다. 하지만 이전 두 해와 달리 응급실에 가 지 않고 지나갔다.
특별한 새 약 을 쓴 것은 아니었다. 여름이 끝 나기 전부터 치료 상태와 흡입제 사용법을 다시 점검했고, 주변에 감기가 돌기 시작한 뒤에는 밤기 침이 나타나는지 좀 더 세심하게 살폈다. 천식이 심해진 뒤 따라 가기보다, 반복해서 나빠지던 계 절보다 조금 먼저 준비한 것이 달라진 점이었다.
물론 모든 천식 악화를 이렇게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날씨 도, 감염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에 언제 나빠졌는지를 알고 있다면 다음 고비를 조금 일찍 예상할 수는 있다. 지난 환절기에 유난 히 기침이 길었던 아이, 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응급실을 찾았던 아이가 있다면 올해 달력을 한번 펼쳐보자.
김지현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