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ed 은행감독 인력 30% 감축…트럼프 압박 속 금융위기 우려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말까지 은행 감독 인력을 30%가량 감축할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가 금융당국의 은행 규제·감독 권한을 축소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린 조치란 해석이다. 미국 금융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부 문서를 인용해 “감독·규제(S&R) 부문 인력을 현재 500명 수준에서 약 350명으로 줄일 것”이라고 전했다. 문서에는 해당 부서를 비즈니스 지원 그룹으로 개편하고, 자연 감원과 인센티브를 이용한 자발적 퇴직 등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비판하고 은행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지난 5월 파월 의장도 Fed 전체 인력을 약 10% 감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천 개의 은행 지주사와 주(州) 인가 은행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인력을 대거 줄이기로 한 것이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도 최근 한 기고문에서 “Fed가 임무 확장과 조직 비대화에 빠져 미국 경제정책에서 지나치게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 결과 통화 정책의 독립성이 훼손될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인사 정책을 미셸 보먼 Fed 부의장이 주도한 점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 1기 때 Fed 이사로 임명된 보먼은 파월의 뒤를 이어 의장을 역임할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앞서 27일(현지시간) 베센트 장관은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의장 후보로 보먼과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워시 전 Fed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 릭 라이더 블랙록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5명으로 후보가 좁혀졌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 이후 Fed를 포함한 금융 당국의 은행 감독·규제 권한을 줄여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두고 지난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같은 금융위기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최근 자이언스 뱅코프는 자회사 캘리포니아 뱅크앤드트러스트가 취급한 상업·산업 대출 중 5000만 달러(약 712억6500만원) 규모를 회계상 손실로 처리했고, 또 다른 지방은행인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WAB)도 부실 대출 논란으로 주가가 폭락한 바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Fed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체제를 다시 되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