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연구소 조사 발표 (2)]
40% 이상 건강과 의료 문제 꼽아
74% '아메리칸드림' 여전히 신뢰
차별 없지만 특권은 사회적 문제
미주한인연구소(KAI)가 1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자 1466명 가운데 21.7%에 달하는 318명이 ‘지난 1년간 역이민을 고려한 바 있다’고 답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여성의 44.2%, 남성의 41.8%가 각각 ‘건강 또는 의료 서비스 문제’를 1위로 꼽았다.
보고서는 한국의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은 의료 시스템과 가족이나 친지의 정서적·물리적 지원 네트워크가 역이민 심리를 자극하는 주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국가 주도의 보편적 건강보험 체계를 갖춘 한국과 달리, 미국의 의료 혜택은 정규직 고용이나 군 복무 등 특정 조건과 연계돼 있어, 은퇴를 앞두거나 고용이 불안정한 이민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약화하고 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아메리칸드림’의 빛이 바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상당수 한인은 여전히 노력에 따른 성공 가능성을 신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신, 배경과 상관없이 ‘소수계도 열심히 일하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문항에 전체 응답자의 74.2%가 매우 동의 또는 동의한다고 답했다. 다만 세대별로는 시각차가 뚜렷했다. 60세 이상 응답자의 동의율은 83.7%에 달했으나, 18~29세 청년층의 동의율은 68.7%에 그쳤다. 이는 자수성가형 성공을 경험한 1세대와 달리, 사회적 진입장벽과 현실적 한계를 체감하는 젊은 세대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인 사회 특유의 근면성에 대한 자부심도 통계로 확인됐다. ‘한인은 대부분의 다른 인종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는 문항에 응답자의 62.3%가 동의했다.
인종 차별 경험과 관련해서는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실질적 피해 체감도가 낮게 나타났다.
한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전혀 받지 않았다’는 응답이 44.9%, ‘드물게 받았다’는 응답이 30.6%로 조사됐다. 10명 중 7명 이상(75.5%)이 일상에서 인종적 차별을 크게 경험하지 않았다고 답한 셈이다.
그러나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의식은 확고했다. ‘백인 특권은 오늘날 미국 사회의 주요 문제’라는 문항에 응답자의 60.8%가 동의했다. 개인적 차별 경험 유무를 떠나 미국 사회에 내재된 인종적 불평등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취업 형태 조사에서는 남녀 모두 민간기업 종사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 남성은 절반이 넘는54.4%, 여성은 39.6%가 민간기업에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남녀 모두 무직이 두 번째, 자영업이 세 번째를 차지했다. 특히 무직 여성의 비율은 25.7%로, 남성(13.6%)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이는 육아 및 가사 노동 부담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 현상이 한인 사회 내에서도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세대별 소득 양극화와 자산 형성 격차도 뚜렷했다. 정착 기간이 길고 자산을 꾸준히 축적해 온 1세대는 연간 가구소득이 ‘20만 달러 이상’이라는 응답이 22.1%로 가장 많았다. 반면 사회 초년생이나 중년층 중심의 1.5세와 2세 이상에서는 중간 소득 구간인 ‘5만~10만 달러’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