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이라는 것이 이제 막을 내려야 될 시대가 아닌가.”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이른바 ‘대법원장 감금’ 사건은 다섯 달 전 예고됐다. 추미애 법사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들이 국정감사 명분으로 내세우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5월 1일) 당일, 박진영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CBS유튜브에서 한 말을 되새겨 보면 그렇다.
“민주연구원은 시대의 흐름을 먼저 읽고 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이사장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곳의 부원장 출신인 만큼, 가벼이 들을 말이 아니었다. 부원장이라는 자리도, 이재명 대통령이 “측근”이라고 밝힌 김용 전 부원장을 앉혔던 그 자리다. 13시간 동안 펼쳐진 국회의 사법부 유린 사태가 괜히 벌어진 것이 아닐 수 있다.

대한민국 사법부 수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 합성 사진을 들고 모욕한 최혁진 무소속 의원, “법치국가에서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석을 요청한 대법원장을 느닷없이 ‘참고인’이라며 강제로 주저앉힌 추 위원장의 모습은 헌정사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과 조진만(3·4대)·민복기(5·6대) 대법원장 등은 국회에 출석해 질의응답에 응했다”는 추 위원장 주장도 이 상황과 맞지 않다. 해방 후 혼란기 국회에서 법원조직법 등 법안 설명을 했던 김병로 대법원장 경우와 군사 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시대에 있었던 극히 예외적인 출석을 2025년에 재현하자는 것인가.
더군다나 당시 속기록을 조금이라도 봤다면,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의원들이 대법원장을 최대한 예우하는 모습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인 사건을 담당한 심판관에게 이런 말 저런 말은 삼가야 할 줄 안다”(박한상 신민당 의원)는 발언이 1968년, 그러니까 57년 전 얘기다. 면전에서 특정 재판을 이유로 “사퇴 용의가 있느냐”(박지원 의원)고 묻는 모습과 격이 다르다.
‘파기환송을 왜 빨리 했는가’ 질문은 또 이런 식이었다. 판결문에 적혔고 법원행정처도 그간 여러 차례 답한 이 물음을 “시원한 의혹 해소는 없었다”(추 위원장)며 종일 반복했다. “‘반성한다’ 이 말이 필요하다”(김기표 의원) “국민한테 ‘죄송하다’ 하면 된다”(이성윤 의원) 등 그들이 원하는 답은 저녁이 돼서야 나왔다.
“200년 내려온 삼권분립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박 전 부원장이 했던 또 다른 말이다. 몽테스키외 이래 민주주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 잡은 삼권분립을 정말 다시 생각해보게끔 하는 시도가 추미애 법사위에서 펼쳐졌다. 민주당이 그토록 욕하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부에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풍경이다.
김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