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여를 끌어온 한·미 관세협상이 ‘톱다운(Top-down)’ 담판 끝에 세부 내용에 합의했다. 2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대미 금융투자 3500억 달러(약 500조원)는 현금 투자 2000억 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구성된다
미국은 당초 2000억 달러를 현금성 직접투자로 매년 250억 달러 이상 집행하라고 요구했으나, 한국은 외환·재정 부담을 이유로 150억 달러 이하를 주장했다. 막판 협상에서 양측이 한발씩 물러서며 연간 200억 달러로 절충됐다.
김 실장은 전격적인 합의 과정에 대해 “어제 저녁에도 전망이 밝지는 않았고 (정상회담) 당일 급진전됐다”고 밝혔다. 한국은 외환 안정과 국익 원칙을 고수했고, 미국도 미·중 정상회의 등 외교 일정을 고려해 양보하면서 절충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터프 니고시에이터’라고 지칭할 정도로 그 과정은 상당히 치열했다”고도 했다.
김 실장은 “일본에는 없던 연간 투자 한도 200억 달러 상한을 명시적으로 설정했고, 외환시장이 불안할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년 200억 달러를 최소 10년에 걸쳐 조달하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는 “신규 외화부채를 내지 않고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으로 충당할 계획”이라며 “필요 시 국제 자본시장에서 정부 보증채를 발행하되 국내 유동성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또
투자심사 구조는 한·미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이중 체계지다. 미국 상무장관(하워드 러트닉)이 투자위원회를 주재하고,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김정관)이 협의위원회를 운영해 전략·법적 검토를 맡는다. 투자 결정의 주도권을 미국이 갖지만, 투자 MOU에는 '원리금 회수가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적인 프로젝트만 추진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기로 했다. 프로젝트별 투자 자금도 '선불'로 먼저 미국에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진행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급되는‘캐피털콜’ 방식에 합의됐다.
수익 배분 비율은 미국이 요구한 5대5 원칙이 유지됐다. 다만 정부는 불리한 조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다수 반영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회수 속도가 더딜 경우 수익 배분 비율을 재조정할 수 있는 조항을 뒀다”며 “‘엄브렐러(우산) 구조’를 도입해 일부 프로젝트 손실을 다른 사업 이익으로 상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MOU(양해각서)와 관련한 문서작업은 현재 진행 중이다. 김 실장은 “통상 분야 MOU는 이미 대부분 문안이 마무리됐으며, 팩트시트는 안보 분야 등과 함께 최종 조정 중”이라며 “양국 상무장관이 공식 서명한 뒤 공개될 예정”이라고 했다. 관세 인하 시점은 법적 절차 이행과 연동된다. 양국은 이번 합의의 이행을 위해 ‘가칭 대미투자기금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해당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첫날로 소급해 관세 인하가 발효된다. 정부는 11월 중순 법안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타결로 통상 불확실성이 일단락됐다는 평가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양측이 그동안 주장에서 한발씩 물러나 절충안을 잘 만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인교(인하대 교수) 전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협상이 길어졌다면 기업 불확실성이 커졌을 것”이라며 “적정한 시점의 합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부품 관세는 25%에서 15%로 낮아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100% 관세 부과를 예고한 의약품·목재 등 주요 품목에 대한 최혜국대우(MFN)가 적용된다. 반도체는 대만 수준의 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산업이 가장 큰 수혜를 볼 전망이다. 인공지능(AI) 수요 급증과 맞물리며 ‘수퍼사이클’ 진입한 반도체도 관세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호황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또 조선 협력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 관한 투자는 한국 주도로 진행되고, 한국 조선사의 직접 대미 직접투자(FDI)와 국내 공적 금융기관과 민간 은행의 보증 등까지 두루 가능한 구조로 집행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은 NSC(국가안보회의) 산하 조선 협력 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조선업의 대가(master)가 됐다. 여러분이 미국에서 함께 배를 만들고 있다. 짧은 기간 안에 최고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협상 타결 소식에 미국 달러당 원화가치는 강세(환율 하락)로 돌아섰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9일 서울 외환시장서 원화값은 타결 소식이 전해진 오후 7시15분 무렵 달러당 1419.8원까지 치솟았다(환율은 하락).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합의가 선방했다는 점에서 한 달 동안 지속된 원화 약세 압력은 수그러들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 2000억 달러가 국내 경제가 아닌 미국에 투자된다는 점에서 원화가치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원
年 투자 한도는 200억 달러..."외환보유액 운용 수익으로 충당"[경주 APEC]
By Admin
Oct 30, 2025
3개월여를 끌어온 한·미 관세협상이 ‘톱다운(Top-down)’ 담판 끝에 세부 내용에 합의했다. 2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대미 금융투자 3500억 달러(약 500조원)는 현금 투자 2000억 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구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