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을 왜곡 보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영국 BBC 방송의 사장과 보도국장이 사임했다.
BBC는 9일(현지시간) 팀 데이비 사장과 데보라 터너스 보도국장의 사임을 발표했다. BBC의 사장과 보도국장이 같은 날 사임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BBC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이같은 내용의 성명을 전했다.
데이비 사장은 성명에서 “BBC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몇 가지 실수도 있었다”며 “나는 사장으로서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BBC를 둘러싼 최근 논쟁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터너스 보도국장도 성명에서 “최근 논란이 BBC에 피해를 입히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했다.

앞서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 3일 지난해 미 대선 기간 BBC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보도를 이어간 사례가 나열된 내부 고발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보고서는 BBC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짜깁기해 트럼프 대통령이 2021년 미 의사당 난입 사태를 부추긴 것처럼 보도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BBC 탐사보도 프로그램 ‘파노라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지옥처럼 싸우자”고 말하며 함께 의사당으로 걸어가겠다고 말한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롭고 애국적인 방식으로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리게 하자”고 말했다. “지옥처럼 싸우자”는 부분은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발언이 있고 약 54분이 지난 시점에서야 나왔다. 이처럼 BBC가 의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 보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BBC의 보도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BBC 지도부 사퇴 소식에 반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해당 내용을 트루스소셜에 공유하며 “그들이 사퇴한 이유는 나의 훌륭한 연설을 조작한 것이 들통났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부패 ‘언론인’들을 폭로한 텔레그래프에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대선을 조작하려고 했다. 게다가 그들은 우리 미국의 최대 우방국 출신 사람들”이라며 “민주주의에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케미 베이드녹 영국 보수당 대표는 “BBC는 공정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강제 수신료를 계속 부담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둘 사임은 옳은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나이젤 페라지 영국 개혁당 대표도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이 BBC의 마지막 기회”라며 “이번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는 이들이 대거 생겨날 것”이라고 썼다.
사미르 샤 BBC 회장은 오는 10일 영국 하원 문화·미디어·스포츠(CMS) 특별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최근 논란이 된 보도에 대한 유감을 표명할 예정이다. 신임 BBC 사장으론 BBC 최고 콘텐트 책임자(Chief Content Officer) 출신 샬럿 무어, BBC 출신 애플TV+ 유럽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이 헌트, BBC 전 보도국장 제임스 하딩 등이 거론된다.
전민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