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3분기 영업이익 11조원을 넘기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47%로,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이익으로 남겼다.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주도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한 데다,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까지 더해진 영향이다.
29일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매출 24조4489억원, 영업이익 11조383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39%, 영업이익은 62% 늘었다.
SK하이닉스는 “고객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메모리 전반의 수요가 급증하며 지난 분기에 기록한 역대 최고 실적을 다시 한번 넘어섰다”며 “특히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최초로 10조 원을 넘었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에 이은 국내 두 번째 ‘10조 클럽’ 입성이다.
영업이익률 47%...매출 절반 이익 남겨

그 동안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은 HBM 시장 효과가 컸다. 그런데 이번 3분기는 HBM 외에도,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과 수요가 모두 증가하며 수익률을 끌어 올렸다.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급증하면서 HBM뿐 아니라 DDR5와 eSSD 등 메모리 전반으로 수요가 팽창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47%로 치솟았다. 올해 1분기(42.2%)와 2분기(41.4%)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적인 숫자다.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일반 D램의 가파른 가격 상승으로, HBM과 일반 D램간 수익성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라며 “내년에도 수급이 타이트하게 유지된다면 일반 D램과 HBM 이익률이 비슷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HBM의 이익률은 여전히 높다고 강조하며 수익성으로 인한 생산라인 조정은 없을 거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128GB 이상의 고용량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제품 출하량은 2개 분기 연속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낸드도 기업용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의 출하량이 크게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인 DDR4(8Gb 1Gx8)의 현물 가격은 6개월째 오름세이며 ,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가격 역시 9개월째 상승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이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2017~2018년에 있던 메모리 슈퍼사이클과는 양상이 다른, 역대급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AI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에 힘입어 수요가 (이전보다) 훨씬 폭넓은 응용처에 기반을 두고 있다”라며 “중장기적으로 자율주행이나 로보틱스 AI와 같이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응용처를 발굴한다는 점에서 메모리 수요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HBM4 4분기 출하 임박”

SK하이닉스는 6세대 제품인 HBM4 출하 계획을 밝히며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들과 내년도 HBM 공급 협의를 모두 완료했다”라며 “HBM4는 고객 요구 성능을 모두 충족하고 업계 최고 속도 지원이 가능하도록 준비했으며 4분기부터 출하하기 시작해 내년에는 본격적인 판매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마이크론과 엔비디아 납품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HBM4 판매가 임박했다고 알린 것이다.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 우려도 일축했다. HBM3E까지는 SK하이닉스가 시장을 독주하다시피 했지만 HBM4부터는 삼성전자 등의 도전으로 제품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 SK하이닉스는 “가격 역시 현재의 수익성이 유지 가능한 수준에서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또 “급증하는 AI 메모리 수요로 D램과 낸드 전 제품에 대해 내년까지 고객 수요를 모두 확보했다”라며 HBM을 포함해 D램과 낸드 전 제품이 사실상 완판됐다고 밝혔다. 일반 D램과 낸드는 기존 케파(CAPA·생산능력) 일부를 선단 공정으로 전환해 수요 증가에 대응할 방침이다. 지난해 개발을 완료한 1c(6세대 10나노급) 공정 D램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가동률을 높여 내년 말 국내 일반 D램 케파의 절반 이상으로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11월 준공 예정이던 충북 청주 M15X팹도 조기 오픈했다. SK하이닉스는 “회사는 예상을 뛰어넘는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자 최근 클린룸을 조기에 오픈하고 장비 반입을 시작한 M15X를 통해 신규 케파를 빠르게 확보하고 선단 공정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내년 투자 규모는 올해보다 증가할 계획으로, 시황에 맞는 최적화된 투자 전략을 유지하겠다”라고 밝혔다.
박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