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자신이 내린 ‘출생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금지 행정명령’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구두변론에 직접 출석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대법원에 출석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에 워싱턴 대법원에서 진행된 구두변론에 참석했다. 그는 지난해11월 상호관세 부과의 근거가 됐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대한 소송 때도 대법원 변론에 나서겠다고 했다가 막판에 철회했다.
당시 소송에서 대법원은 6대 3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날 대법원에서 논의된 출생 시민권은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미국에 귀화했고, 미국의 관할에 있는 모든 사람은 미국과 그들이 거주하는 주(州)의 시민”이라고 규정한 미국 헌법상의 권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 “미국에 불법으로 체류하거나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부모에서 태어난 자녀에게는 출생시민권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출생 시민권이 불법 이민자들자들의 미국 거주를 확대시키는 근거가 되고 있다는 주장으로, 해당 행정명령은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을 벌인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정책의 근거로 활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출생시민권의 취지가 남북전쟁 직후 노예와 그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지, 중국 부유층 등의 미국 원정 출산이나 미국 불법 체류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왔다.
이는 그동안의 정책이나 법 해석을 뒤집는 것이었고, 특히 이민자 부모의 자녀로 태어난 수백만명의 국적을 박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발을 샀다.
결국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22개 주(州)와 워싱턴DC가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하급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다.

만약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이어 출생 시민권 금지 행정명령마저 위헌으로 결론 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정책의 양대 축으로 불리는 관세와 이민정책의 근거가 모두 대법원에 의해 부정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변론에 참석한 것은 이번 소송에서도 패소할 경우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한 조치로, 대법관들에게 우회적 압박을 가하기 위한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변론에는 출석했지만 법정에서 직접 발언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트럼프 행정부를 대표하는 존 사우어 법무부 송무차관이 대법관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사우어 차관은 단순히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점이 아니라 부모의 체류 합법성과 미국 정치체제에 대한 충성 여부를 따져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법관들은 중국 국적의 부모를 두고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자녀의 시민권이 인정됐던 1898년의 ‘웡 킴 아크’ 판례를 중심으로 정부 측 논리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판결을 6월 이전에 내려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11월 중간 선거 전에 해당 소송에서 승소해 이민정책의 근거로 내세우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측의 승산이 크지 않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날 구두변론이 진행된 대법원 앞에선 한국 출신을 포함해 이민자 가족들로 추정되는 시위대가 집결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위헌 판결을 촉구했다.
강태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