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의 투자병법 : 머니랩&키움증권
“빠를수록 좋다”
요즘 젠지(GZ·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의 희망이 ‘파이어(FIRE)족’이라죠? 일찌감치 충분한 자산( Financial Independence)을 모아 30~40대에 은퇴해( Retire Early) 즐겁게 사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고등학생들도 재테크에 관심이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투자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합니다. 젊음이 만들어주는 ‘복리의 마법’이라는 게 있거든요. 1만원도 좋고, 10만원도 좋습니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수익은 두 배 이상 벌어집니다. 초고령 시대의 무기인 ‘시간의 힘’을 활용해 커피 한 잔 값이라도 좋으니 지금 당장 투자를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머니랩과 키움증권이 생애 첫 금융투자에 나서는 젠지 세대가 두려움을 떨치고 첫걸음을 뗄 수 있도록 투자의 A부터 Z까지 쉽고 친절하게 풀어봤습니다. 여러분, 부자 되세요!!
▶AI 자동매수 걸고 꿀잠잔다…“월수익 1000” 2030 투자법 [젠지의 투자병법②]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0842
▶주식, 하루 1500만원도 번다…전설의 대학생 ‘만쥬의 기술’ [젠지의 투자병법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8832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쉬웠다. 단기간에 크게 오른 소형주를 추격 매수하는 식으로 몇 번 재미를 보자 이번엔 A종목이 눈에 들어왔다. ‘5연상(5일 연속 상한가)’으로 주가가 쭉쭉 오르고 있었다. 기업 가치가 거의 없었지만 ‘투자로 돈을 불리지 않으면 벼락거지가 된다’고 생각하고 최소 생활비만 빼놓고 몽땅 투자했다.
하지만 며칠 뒤, 계속 오를 것 같던 주가가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투자금은 반토막 났다. ‘미국과 한국 증시가 최고치를 찍는 불장에 나만 마이너스라니….’ 그제야 아차 싶어 주변에 물어보니 대부분은 망할 리 없는, 덩치 큰 기업 주식에 투자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취업준비생 김민하(24)씨의 사례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네’ 하고 안도하는 젠지(Gen Z) 투자자도 있겠지만, 실제로 젊다고 무조건 고위험주 추격 매수를 즐기는 건 아니다. 머니랩이 키움증권의 도움을 받아 젠지 세대의 투자·보유 종목과 성향을 조사해 보니10~20대는 오히려 비교적 안전한 우량주 위주의 투자를 택했다.
요즘 10~20대에게 주식 투자는 낯선 영역이 아니다. 고교·대학 주식 동아리나 모의투자 대회에서 이론을 학습하고 실전 투자 경험을 쌓은 이들이 많다. 투자 분야에서 가장 ‘핫한’ 인공지능(AI) 기술에도 다른 세대보다 친숙하다. 그렇다면 젠지 세대는 어느 시장, 어떤 주식에 투자해 돈을 벌고 있을까. 머니랩이 키움증권을 쓰는 10~20대의 주식 계좌를 들여다봤다. 이를 잘 활용하면 생각지 못한 투자 힌트도 얻을 수 있다.
국내 순매수 톱10 중 7개 美지수 투자
10·20세대가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한 목록을 보니 상위 10종목 중 7개가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였다. 머니랩이 키움증권에 의뢰해 올해 1월부터 9월 26일까지 순매수 종목들을 집계한 결과다. 뉴욕증시의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S&P500’ ‘KODEX 미국S&P500’ ‘KODEX 미국나스닥100’이 1~3위다. 모두 미국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ETF로, 국내 주식보다 우상향 기대가 더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연초 5800선이던 S&P500지수는 10월 들어 6700선까지 올랐다. 만약 5000선이 무너졌던 지난 4월에 투자했다면 30% 가까운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미국 ETF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보다 이점이 많다.ETF 상품 자체로 환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환전의 불편이 없고 환전 비용도 줄어든다. 낮에 거래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개별 종목으로는 현대차와 삼성SDI, 네이버 세 종목이 순매수 10위권에 들었다. 이 중에서 네이버만이 올해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새 정부의 ‘소버린 AI(국가 주도 AI 모델)’ 정책 수혜주로 부각된 데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인수를 추진 중이다. 반면 현대차 주가는 미국의 ‘관세전쟁’, 삼성SDI는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탓에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본 젠지 투자자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해외선 전기차·AI·헬스케어에 돈 몰렸다
해외 주식은 뭘 담았을까. 1위는 전기차 선두 기업인 테슬라(티커 TSLA)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전약후강(前弱後强)’ 추세를 보였다. 상반기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계 경색, 신당 창당 선언,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폐지 같은 악재가 겹치며 급락한 반면 하반기에는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등 신사업 성장 기대에 상승했다. 젠지 세대 중 일부 ‘테슬람’(테슬라와 이슬람의 합성어로 테슬라 주식에 강한 믿음을 가진 투자자)들은 주가가 미끄러질 때마다 주가 반등을 확신하고 주식을 사들였다.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도 젠지의 뭉칫돈이 유입된 종목이다. 이 회사는 의료비 지급 증가, 미 사법 당국의 반독점 조사 등 잇단 악재로 올 들어 주가가 반토막 났지만,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상반기에만 2조원 넘게 사들였다는 소식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 대형 AI 기업인 메타(META), 엔비디아(NVDA), 팔란티어(PLTR)도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모두 올해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흐름이다.
ETF는 상위 10개 중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대세’ 상품이었다. 특히 S&P500을 추종하는 ‘뱅가드 S&P500’(VOO), 나스닥 100지수를 따르는 ‘인베스코 QQQ’(QQQ), ‘인베스코 나스닥100’(QQQM) ETF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명 ‘슈드’로 불리는 ‘슈왑 미국 배당주’(SCHD)도 순위권에 들었다. 슈드는 대표적인 고배당 ETF로, 10년 연속 배당을 이어오면서 매년 배당금을 늘리는 미국 우량 기업 100곳(다우존스US배당100지수)에 투자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젠지 세대들은 국내보다 해외 주식 평균 투자액이 높은 게 특징”이라며 “특히 개별 주식을 일일이 분석하지 않고도 특정 산업이나 섹터에 쉽게 투자할 수 있는 해외 ETF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6일 기준 10~20대의 평균 주식 투자액은 국내 708만원, 해외는 995만원이었다.

보유주식 1위…미우나 고우나 삼성전자·테슬라
다만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는 상위 종목과 올해 산 종목에는 차이가 있다. 10~20대는 국내 주식 중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갖고 있었다. 그 뒤로 삼성전자우선주와 ‘TIGER 미국S&P500’ ETF, 카카오·네이버·SK하이닉스 순이었다. 대부분 ‘국민주(株)’로 불리는 우량주로, 젊은 층이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일 거란 예상과 반대되는 결과다. 특히 삼성전자는 10대의 ‘투자 쏠림’이 강했다. 삼성전자(44%)와 삼성전자우선주(14%)를 합쳐 10대의 보유 비중이 58%(전체 투자자 중 보유자 수)에 달했다. 20대는 35% 정도였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대의 경우 부모가 대신 계좌를 개설하고 주식을 사줬거나 처음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 삼성전자 같은 국내 대표 우량주를 많이 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선택은 높은 수익률로 돌아왔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서만 77.6%, 하반기엔 57.2% 급등했다. 증권가에선 10월 초 장중 ‘9만 전자’(9만원대 삼성전자 주가)를 기록한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퍼사이클’에 올라타 연내 10만원을 돌파할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테마별로 보면 AI 수혜가 기대되는 반도체(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IT 플랫폼(네이버·카카오)을 비롯해 2차전지(포스코홀딩스·삼성SDI), 바이오(알테오젠·셀트리온), 소형모듈원전(SMR,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국내 주식 계좌에 채워져 있었다. 해외 주식 중에서는 테슬라·엔비디아·애플·팔란티어·알파벳A(구글) 등 주요 AI 기업이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일부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QLD)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 등 레버리지 ETF도 보유하고 있었다. 나스닥100의 하루 수익률을 기준으로 QLD는 두 배, TQQQ는 세 배로 추종하는 고위험 상품이다. 젠지 세대는 대부분 안정적이고 쉬운 종목을 선호하지만, 미국 투자의 경우 일부는 ‘화끈한’ 고수익을 노리고 레버리지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젠지의 주식투자 ‘단타’ vs 적립식 매수
젠지 세대의 투자 패턴은 다양했다. 우선 단타(단기 투자)다. 20대의 국내 주식 회전율은 182%로 전체 연령 중 가장 높았다. 회전율은 투자금 대비 얼마나 거래(매수+매도)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높으면 투자 금액이 같아도 더 많이 사고팔았다는 의미다.
특히 남성(243%)이 여성(73%)보다 훨씬 더 자주 사고파는 모습을 보였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발표한 ‘ETF 시장의 개인투자자’라는 보고서에서 “거래 회전율은 남성, 20대 이하, 신규 투자자, 소액 투자자에게서 높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유튜브나 종목 토론방, 오픈 채팅방 등에서 추천하는 종목 위주로 매매하다 보니 손바뀜이 잦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10대(32%) 회전율은 남성(31%)과 여성(33%) 모두 전 연령에서 가장 낮았다. 부모가 대신 계좌를 만들어 우량 종목을 매수해 장기간 묻어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적립식 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는 전략이다. 주가가 장기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이나 ETF를 적립식으로 매수하는 방법이다. 투자 시기를 분산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대학생 이석현(20)씨도 적립식 투자에 꽂힌 경우다. 그는 매주 월요일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미국 ETF를 3만원어치 산다. 주식 계좌를 채운 건 ‘TIGER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과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등 6개로, 모두 AI와 반도체 관련 종목이다.이씨는 “큰 부담 없는 선에서 돈을 불리는 습관을 만들고 싶었다”며 “적립식 투자를 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수익률이 30%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런 수요가 늘면서 키움증권이 2025년 2월에 출시한 적립식 투자 서비스 ‘주식 더 모으기’ 누적 이용자 수는 7개월 만에 20만 명을 돌파했다. 매일 또는 매주·매달 설정한 시간에 원하는 금액만큼 자동으로 주식을 매수해 주는 서비스로, 전체 이용자 중 10~20대가 30%에 가깝다. 이들은 엔비디아·테슬라·QQQ·애플 등 해외 종목을 중심으로 월평균 14만~18만원(해외 주식 기준)을 투자한다.
연금저축 펀드 같은 절세계좌를 활용해 국내에 상장한 해외 ETF를 매수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해외 ETF를 일반 계좌에서 투자하면 연 250만원 초과분에 대해 양도소득세 22%가 부과되지만, 연금 계좌로 투자해 그 수익을 추후 연금으로 받으면 3.3~5.5%의 연금소득세만 내면 된다. 세금을 확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이효섭 위원은 “20대 이하도 돈이 생기면 연금계좌를 통해 ETF를 많이 산다”며“젊은 층 사이에서 단기매매 중심의 투자 문화가 장기투자로 조금씩 바뀌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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