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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박현영의 시선] 트럼프 관세가 취소된다면, 좋은 일일까

By Admin
Nov 13, 2025

“대의권 없는 곳에 과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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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권 없는 곳에 과세도 없다.”

미국 워싱턴DC 시내를 달리는 자동차 번호판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문구다. 세금을 어떻게 걷고 쓰는지에 대해 발언권이 없는 시민에게는 세금을 부과해서 안 된다는 뜻이다. 18세기 미국 독립전쟁 때 나온 이 구호가 여전히 유효한 곳이 워싱턴DC다. 50개 주와 달리, 시민을 대표하는 상원·하원의원이 없는데도 연방 세금을 내는 건 부당하다는 침묵의 시위다.

건국 초기부터 관세는 의회 권한
보수 대법관조차 관세에 회의적
취소 땐 새로운 불확실성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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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미국 독립운동의 불씨였다. 영국이 제국 유지비용을 식민지에서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부과하자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대표가 없는 영국 의회의 조세 부담 결정은 무효라며 저항했다. 1773년 보스턴 차 사건이 대표적이다.

1776년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세금 문제를 건국의 아버지들은 간과하지 않았다. 모든 세금과 관세는 국민의 대표자, 즉 의회가 부과하도록 했다. 대통령도 일방적으로 세금을 매길 수 없게 했다. 헌법 1조는 세수 증대를 위한 모든 법안은 하원에서 발의돼야 하며, 의회가 세금·관세를 부과하고 징수할 권한을 갖는다고 규정했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2기가 100여 개국에 관세를 부과했을 때, 궁금했다. 의회를 통하지 않고,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직접 부과한 관세를 어떻게 유효하게 유지할지. 역시 소송이 제기됐고, 하급심을 거쳐 연방대법원까지 왔다. 대법원은 트럼프가 긴급 권한을 사용해 부과한 보편적 관세의 합법성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구두변론은 다수 대법관이 관세의 합법성을 의심하는 정황을 보여줬다. 트럼프가 임명한 보수 성향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트럼프 측 대리인에게 “국방과 산업 기반을 위협하기 때문에 모든 나라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게 당신 주장인가? 스페인에도? 프랑스에도?”라고 물었다.

IEEPA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행동을 규정했다. 조사하다, 차단하다, 규제하다, 무효화하다 등 15개 동사가 나열됐지만, 관세 부과는 빠져있다. 트럼프 측은 ‘규제하다’에 관세 부과가 포함된다고 주장했지만, 일부 대법관은 세금 또는 과세가 명시돼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보수 성향 법관들이 문언주의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6대 3의 보수 우위 대법원 구성도 트럼프에게 썩 유리하지 않다.

구두변론을 방청하고 나온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매우 낙관적”이라며 정부의 승리를 확신했지만, 대법관들의 질문과 지적, 공방만 놓고 보면 트럼프의 관세에 사망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관세가 취소되면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관세를 되찾기 위한 기업의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미국 정부가 징수한 관세는 약 280조원에 달한다. 트럼프 2기 정책의 핵심인 관세가 철퇴를 맞으면 경제 정책 전반이 구심점을 잃고 흔들릴 수 있다. 무엇보다 광범위한 대통령의 권한에 사실상 첫 제한이 가해지면 트럼프에게도 정치적 타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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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는 “플랜 B”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통령에게는 여전히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도구가 많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1974년 무역법 122조는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전 세계를 상대로 15%의 관세를 150일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트럼프 1기 때 중국에 관세를 부과할 때 사용했던 무역법 301조나 국가안보를 이유로 관세 부과를 허용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도 여전히 유효하다.

수개월에 걸친 정식 조사가 선행돼야 하고 절차가 복잡하지만, 관세를 계속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1930년 관세법 338조는 미국에 대해 차별적인 무역 조치를 취한 국가에 최대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준다.

만약 관세가 취소되고 미국이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하면 무역 불확실성의 시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겨우 매듭지은 무역합의가 흔들리고, 미국의 관세 위협과 대미 무역협상 쓰나미가 다시 국내 정책 어젠다를 잠식할까 우려된다.

지난 1월 트럼프 취임 후 한국은 1년 내내 관세 전쟁과 무역 협상에 시달렸다.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에 가까운 상태에서 25%로 올랐다가 15%로 널뛰었다. (관세율 15%는 아직 시행 전이다.) 트럼프 대응에 중요한 자원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은 구조적 저성장에 갇힌 한국 경제가 살길을 모색하는 데 큰 부담이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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