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김원형 감독 /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신우열 / 두산 베어스 제공
[OSEN=미야자키(일본), 이후광 기자] 두산 베어스 마무리캠프가 얼마나 악명이 높으면 한국에 있는 어머니가 아들 걱정에 메시지를 보냈다. 새롭게 두산 지휘봉을 잡은 김원형 감독은 왜 지옥훈련을 고집하는 걸까.
김원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마무리캠프의 최대 화두는 ‘훈련량’이다. 올해 프로야구 9위 수모를 겪은 야구 명가를 재건하기 위해 미래가 창창하거나 아직 알을 깨지 못한 선수들을 선별해 엔트리에 포함시켰고, 선택 받은 선수들은 지난달 29일부터 4일 턴으로 강도 높은 훈련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김원형 감독은 ‘디펜스 데이’를 신설해 매일 내야수 한 명씩 지옥의 펑고를 받게 하고 있다. 박계범, 박지훈, 박준순, 오명진 등 향후 두산 내야를 이끌어야할 미래들이 미야자키 흙에서 구르고 뒹굴었다. 투수조를 향해서는 “마운드에 이틀 이상 오르지 않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스케줄상 공을 안 던지는 날이어도 스스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면 좋겠다. 여기는 부족한 점을 메우는 곳이다”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국내 프로구단 캠프가 처음인 신인 외야수 신우열은 최근 어머니가 두산 선수들의 유니폼이 흙범벅이 된 사진을 보고 아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안부를 물었다. 신우열은 “어머니가 ‘훈련이 고되다고 들었는데 괜찮냐. 다치지 않게 조심해라. 몸 관리 잘해라’라는 연락을 해주셨다. 그래서 난 외야수라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다만 이번 캠프는 확실히 수비에 포커스를 맞추고 하루 스케줄이 짜여진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신임 사령탑은 왜 마무리캠프부터 지옥훈련을 고집하는 걸까. 미야자키에서 만난 김원형 감독은 “야수들이 슬라이딩을 해보고 공을 많이 받아보면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과 자부심이 생긴다. 또 자신감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수비코치에게 이야기를 해서 방망이를 하루 안 쳐도 좋으니 수비를 한 번 힘들게 시켜보자는 제안을 했다”라고 밝혔다.

두산 박계범 / 두산 베어스 제공
선수들의 흙투성이 유니폼을 보면 두산의 밝은 미래가 그려진다. 김원형 감독은 “체력이 좋은 선수들은 할 만하다고 하고, 체력이 안 좋은 선수들은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너무 힘든 훈련을 겪으면 평상시 운동이 쉬워진다. 그래서 그런 것도 한 번 느껴보라는 차원에서 디펜스 데이를 하고 있다. 사실 이 시기가 아니면 이런 훈련을 할 수 없다. 부상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이 때만이 고강도 훈련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령탑이 취임식 때부터 수비를 거듭 강조한 이유는 한때 수비의 팀으로 불렸던 두산이 올해 팀 최다 실책 2위(120개) 불명예를 안았기 때문이다. 김재호(은퇴), 허경민(KT 위즈)이 팀을 떠난 상황에서 오명진, 박준순, 이유찬, 안재석, 박지훈 등 어린 선수들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각종 시행착오가 불가피했다.
김원형 감독은 “이번 훈련은 오전의 경우 무조건 수비다. 내가 자꾸 기사를 통해 이야기를 하면 선수들이 느껴야 한다. 감독이 수비를 중시한다는 걸 선수들이 알면 그 시간에 집중을 하게 된다. 이게 또 하나의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라며 “야구를 오래 하려면 결국 수비를 잘해야 한다. 두산은 원래 수비를 잘하는 팀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조금 더 올라올 필요가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두산 손지환 수비코치(좌)와 홍원기 수석코치 / 두산 베어스 제공
물론 감독도 사람이자 아버지이기에 자식뻘인 어린 선수들이 흙에서 구르는 걸 보면 안쓰러울 때가 있다. 그러나 명장답게 그럴 때일수록 더 마음을 강하게 먹고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조한다.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만 9위 수모를 씻고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으며, 김원형 감독의 임기 내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김원형 감독은 "여기 온 선수들이 다 우리 아들, 딸 또래다. 그래서 안타깝고 짠할 때도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내가 이번 턴은 조금 쉬면서 가자고 하면 선수들이 체력을 회복할 순 있겠지만, 이 시기에는 참고 견디는 게 맞다. 코치들에게도 선수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 중점을 두자고 했다"라며 "나도 선수들이 힘든 거 다 안다. 그런데 지도자가 약해지면 선수는 더 힘들어진다. 지금이 이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라고 강조했다.

두산 김원형 감독 / 두산 베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