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전체 인력의 약 30%를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수익 모델을 구축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WP는 경영·사업 부문 인력과 함께 편집국 기자 약 800명 중 300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스포츠부와 북 섹션 부문, 여러 해외 지국 등을 폐지하는 대대적인 조치다. 감원 대상에는 우크라이나 전쟁터를 취재한 리지 존슨 기자 등도 포함됐다.
AP통신은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데도 스포츠부 기자들이 이탈리아 출장을 못 가게 되어 몇 주간 해고 관련 소문이 퍼지긴 했지만, 감축 규모가 예상보다 충격적"이라고 보도했다.
맷 머리 WP 편집국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너무 오랫동안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고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치열한 미디어 환경에서 정치, 국제 정세, 안보 등 권위와 차별성, 영향력을 보여주는 분야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원 이유로 '여전히 인쇄 매체에 맞춰진 시스템' 'AI 부상에 따른 트래픽 감소' '콘텐트 생산력 저하' 등을 꼽았다. WP의 기사 발행량은 지난 5년간 상당히 감소했고, 온라인 검색 유입은 지난 3년간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지난 2013년 WP를 인수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지난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 지지 사설' 관행을 중단하라 지시한 일이 WP의 독자 이탈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당시 WP 편집국은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에 대한 지지 사설을 내려고 했지만, 이 시도가 무산되며 구독자 수십만 명이 탈퇴한 바 있다.
AP통신, 폴리티코 등 미 언론은 이번 구조조정으로 WP의 경쟁력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체제 하에서 초대 편집국장을 맡았던 마틴 배런은 "순식간에 브랜드를 파괴한 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이번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WP는 미국 현대사의 주요 분기점마다 크게 기여해온 언론이다. 1971년에는 베트남 전쟁에서 승산이 없는데도 미 정부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해온 사실을 폭로한 이른바 '펜타곤 페이퍼'를 가지고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진실 보도에 앞장섰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하고 메릴 스트립이 주연을 맡은 영화 '더 포스트'(2017)로도 잘 알려진 사건이다.
1972년에는 워싱턴포스트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이 일명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쳐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사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들의 취재기는 로버트 레드포드와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을 맡은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1976, 앨런 J 퍼쿨러 감독)로 나왔다.
WP의 이번 결정은 경쟁사인 NYT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NYT는 지난 10년 간 직원 수를 두 배로 늘리며 성장해왔다.
임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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