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제공
[OSEN=미야자키(일본), 이후광 기자] 응원가, 프로 데뷔 첫 시즌, 3루수 경험, 사이클링히트 도전.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 참가 중인 내야수 박준순(19)을 만나 다사다난했던 데뷔 첫 시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2025 신인드래프트에서 투수가 아닌 야수 박준순을 1라운드에서 지명, 2009년 2차 1라운드 7순위 허경민 이후 16년 만에 1라운드에서 내야수를 호명했다. 1차지명까지 포함하면 2021년 1차지명 안재석 이후 5년 만에 내야수를 가장 먼저 뽑았다. 박준순은 작년 10월 계약금 2억6000만 원에 두산과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박준순은 덕수고 시절 통산 73경기 타율 4할2푼5리 99안타 5홈런 출루율 .525 장타율 .588 OPS 1.113 파괴력을 과시하며 아마 야구를 평정했다. 모든 신인선수가 그렇듯 프로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했지만, 91경기 타율 2할8푼4리 80안타 4홈런 19타점 34득점 출루율 .307 장타율 .379 OPS .686의 준수한 기록을 남기며 2년차를 기대케 했다.
9일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박준순은 “올해 내가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감독님, 코치님들이 믿어주셔서 좋은 기회가 찾아왔고, 좋은 성적까지 냈다”라며 “물론 고등학교 야구와 비교해 변화구 완성도, 직구의 힘은 차원이 달랐다. 라일리, 폰세는 한국 투수가 못 던지는 공을 던졌다. 그런데 오히려 그렇게 수준 높은 야구를 해서 더 재미있었고, 많은 관중 앞에서 야구하는 것도 좋았다”라고 첫해를 결산했다.
수비의 경우 주 포지션이 2루수이지만, 팀 사정 상 3루수를 맡았다. 그리고 예상보다 빠른 적응과 기량 향상을 통해 3루에서도 빛을 발휘했다. 박준순은 “확실히 3루 수비가 어려웠다. 2루수와 비교해 날아오는 타구 자체가 다르더라. 빠른 타구가 많아서 긴장을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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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순은 마무리캠프에서 다시 2루수로 복귀해 입단 때 목표였던 주전 2루수 도약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3루수 경험이 2루수 훈련 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박준순은 “3루수를 보면서 내가 부족한 점을 확실히 알았다. 2루수로 이동해 그 점을 계속 연습하면 되니까 3루수를 봤다는 것도 내게는 큰 자산이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은 경기를 꼽아달라고 하자 7월 23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을 꼽았다. 박준순은 당시 6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3득점 맹활약하며 팀의 13-2 대승을 이끌었다. 첫 타석 솔로홈런을 시작으로 3루타, 2루타를 차례로 치며 프로야구 고졸루키 최초 사이클링히트를 눈앞에 뒀지만, 마지막 타석에서 동갑내기 친구 정우주 상대 2루수 땅볼을 치며 아쉽게 기록 달성이 불발됐다. 박준순은 “NC전 데뷔 첫 홈런도 기억이 나지만, 사이클링히트에 도전했던 그날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라고 밝혔다.
박준순은 내년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 가을을 쉼 없이 보내고 있다. 피닉스 교육리그에 이어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김원형표 지옥훈련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박준순은 “지옥의 펑고를 200개 정도 받았다. 할 때는 잘 몰랐는데 하고 나니까 엄청 힘들더라. 홍원기 코치님이 이걸 하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함이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걸 느꼈다”라며 “수비를 비롯해 모든 훈련을 시즌 때 부족했던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며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OSEN=잠실, 조은정 기자]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이날 두산은 최민석, 한화는 황준서를 선발로 내세웠다.6회초 무사 1루 두산 박준순이 좌익선상 2루타를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이클링 히트까지 안타 하나가 남았다. 2025.07.23 /cej@osen.co.kr
박준순의 마무리캠프 목표는 체력 향상이다. 그는 “시즌 끝나고 바로 교육리그에 와서 처음에 힘들었는데 갈수록 힘든 거 없이 경기를 잘 치렀다. 체력적으로 한 단계 올라선 느낌이다”라며 “새 감독님, 코치님들이 오신 만큼 이번 마무리캠프에서 나만의 색깔을 찾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라고 말했다.
귀국 후에도 박준순의 훈련은 계속된다. 잠깐의 휴식을 거쳐 잠실구장으로 출근하는 계획을 세운 박준순은 “(오)명진이 형과 12월 둘째 주부터 잠실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기로 했다. 명진이 형이 같이 죽어보자고 했다”라고 전했다.
박준순은 이제 더 이상 막내가 아니다. 2026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지명된 김주오, 서준오, 신우열이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데뷔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박준순은 후배들을 향해 “프로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일단 뭐 하나 실수했다고 주눅 들면 안 된다. 내가 초반에 수비 실수를 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는데 그걸 잘 이겨내야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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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순에게 끝으로 올 시즌 처음 생긴 개인 응원가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물었다. 두산은 무려 16년 만에 1라운드 내야수로 지명된 특급 신인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응원가를 제작했으나 두산 팬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시즌이 끝난 지금도 박준순의 응원가를 바꿔달라는 팬들의 외침이 종종 들리고 있다.
박준순은 “그냥 날 위해 만들어주신 거니까 감사하다. 나쁘진 않은 거 같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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