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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손찬익 기자] LA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최근 몇 년간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인물로 거론된다. 슈퍼스타들이 가득한 팀, 그것도 2020년 이후 세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을 맡고 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늘 선수들에게 먼저 향한다.
9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 전문 매체 ‘다저스 네이션’에 따르면, 7차전 명승부 끝에 2년 연속 정상에 오른 직후, 구단 공동 구단주이자 LA 레이커스의 레전드인 매직 존슨은 로버츠 감독의 이름을 가장 먼저 꺼냈다. 그는 “오늘은 감독이 승리를 만들어냈다. 그는 정말 위대한 감독이며, 명예의 전당에 갈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존슨은 농구계 명예의 전당이자 LA 레이커스의 5회 챔피언으로, ‘위대함’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그의 이 발언은 로버츠 감독의 지도력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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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 흐름을 완전히 바꾼 장면은 5차전부터 시작됐다. 로버츠 감독은 부진하던 앤디 파헤스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하고, 알렉스 콜을 외야에 투입했으며 키케 에르난데스를 중견수로 이동시켰다. 무키 베츠를 1번에서 3번으로, 윌 스미스를 2번 타순으로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패배였고, 다저스는 2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려 토론토로 향했다.
하지만 6차전, 그는 또 한 번 변화를 줬다. 한 달 넘게 안타가 없던 미겔 로하스를 2루수로 선발 기용하고, 토미 에드먼을 중견수로, 에르난데스를 좌익수로 돌렸다. 콜은 벤치로 빠졌고, 베츠는 4번 타순으로 내려가 2타점을 올렸다. 이 경기는 다저스가 잡아내며 승부를 7차전으로 끌고 갔다.
7차전에서 로버츠 감독의 진가가 드러났다. 그는 무려 선발 4명을 불펜으로 돌리는 초강수를 택했고, 가장 논란의 순간은 9회였다. 두 아웃만 남기고 시즌이 끝날 수 있는 상황에서, 미겔 로하스가 홈런을 터뜨리며 승부를 3-3 동점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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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이어 더 큰 결단이 나왔다. 9회 말 1사 2·3루 위기에서 로버츠 감독은 두 번의 사이영상을 받은 블레이크 스넬을 내리고, 전날 96구를 던진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하루도 쉬지 않은 채 마운드에 올렸다.
위험한 선택이었지만 결과는 완벽했다. 야마모토는 등판 직후 만루 위기를 막아내더니, 2⅔이닝을 끝까지 버티며 토론토 타선을 봉쇄했다. 그리고 11회 초, 윌 스미스의 홈런이 터졌다. 베츠가 11회 말 주자를 두고 병살타를 완성하면서 다저스는 백투백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 과정에서 로버츠 감독의 라인업 변화와 투수 운용은 화려한 홈런이나 세이브처럼 기록으로 남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매직 존슨이 공개적으로 그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이제는 야구 팬들도 “다저스의 우승은 선수만이 아니라 감독의 용기와 결단으로 완성됐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순간이 어쩌면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쿠퍼스타운(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선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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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찬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