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뇌는 하루의 일상 동안 각종 정보를 처리하고 자신이 경 험하는 세상을 해석하면서 내가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데 도움을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인지기능의 속도와 방 식은 나의 정서 상태와 마음의 에너지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데, 중요한 점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기분 문제에 그치지 않 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어떤 날 은 유달리 머릿속이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답답하고 아주 단 순한 결정조차 내리기 힘들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생각이 너무 빨라 제어할 수 없을 만큼 쏟아 져 나와 당혹스러운 날도 있을 수 있다.
한템포 늦춘 삶, 뇌 피로회 복 첫걸음
우선 새로운 일에 대한 아이디 어든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걱정 이든 간에 생각의 속도가 빨라질 수록 여러 갈래로 동시에 진행되 는 생각들의 정보를 논리적으로 조직화하기가 어려워지고 마음 은 혼란스럽고 갈피를 잡기 어려 워진다.
이럴 때 흔히 계획하는 일의 긍정적인 측면에만 집중하 게 된다. 대안을 검토하거나 위 험을 분석하는 과정 없이 일을 개시하거나 중요한 일에 대한 결 정을 섣불리 내릴 수 있다.
이러 한 심사숙고하지 않은 감정적 추 론에 기반한 충동적 결정은 이후 의 생활 스트레스를 더욱 증가시 킬 수 있다. 이와 달리, 지치고 무기력하며 매사가 버겁게 느껴지는 마음 상 태에서는 마치 배터리 충전량이 얼마 남지 않은 휴대폰과 같이, 평소라면 아주 쉽게 처리했을 일 상적인 과제들도 10배는 더 어렵 게 느껴지고 버거워지기도 한다.
평소라면 순조롭게 읽을 만한 책 의 내용도 잘 안 들어오고 잡생 각이 파고들거나 금방 지치거나 하여 한 페이지를 읽는 데도 몇 번씩 다시 읽어야 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는 의지 부족이나 게으름의 문제라기보다는, 지친 마음과 일시적으로 저하된 인지적 효율 성일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자신의 대처 역량에 대한 의구 심이 증가하고 내가 일을 감당 하지 못하거나 실패하게 되는 부정적인 결과의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증가하여 작은 일상의 과제에 대해서도 어디서부터 손 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거나, 행동의 발동이 걸리지 않고 몸 속에 마음이 갇힌 것처럼 답답 해지기도 한다. 이럴 때 마음과 행동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첫 번째의 단계 는 ‘천천히 하기’이다.
하루 일과 중 15~30분 정도 시간을 마련하 여 조용한 음악 듣기, 요가, 명 상, 일상의 간단한 활동에 집중 하기 등을 매일 규칙적으로 시행 하여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지 금 여기 내가 하는 움직임’에 집 중해 본다. 또한 집 밖에서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거나 공공장소를 방문할 때 예기불안(豫期不安)이나 부 담감이 너무 크게 느껴지거나 너 무 빨리 지치고 기가 빨리는 느 낌이 든다면, 해당 일정을 시행 하기 전에 앞서 조용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한 후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거나, 활동 참여 시간을 적절히 사전 설정(제한)하여 정 서적으로 압도되지 않는 동시에 회피행동이 증가하지 않도록 조 절할 수 있다. 두 번째의 단계는 ‘하나에 집 중하기’이다. 한 번에 한 가지의 작업만 수행하여, 인지 과제 수 행의 뇌 부하를 줄여보는 것이 다. 오늘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 가 높은 일 세 가지를 A 리스트 에 적고, 이외에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이들을 B 리스트에 적는 다. A 리스트의 과제를 완료하 기 전에 먼저 B 리스트로 넘어 가지 않도록 한다. 만약 다른 일 에 대한 생각이나 해보면 좋을 일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불 안해지거나 산만해진다면 이런 것들을 ‘아이디어 노트’에 일단 적어둔다. 오늘의 과제 수행을 마무리한 후 내일의 생활계획을 세우는 시간에 이 아이디어 노트 를 함께 검토하기로 약속하면, 현재 하는 일에 대한 집중을 더 잘 유지할 수 있다.
세 번째의 단계는 ‘전략적인 일정관리’이다. 즉 복잡한 판단 과정에 체계적인 틀을 부여하여 혼란을 줄이는 것이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내가 고려하 는 결정의 장점과 단점을 표로 정리하고, 각 항목의 중요도를 별 3개(매우 중요), 2개(중요), 1개(보통)로 표시해 본다. 이처 럼 각 요소들의 중요도를 시각화 하면 혼란스러운 마음속에서도 판단 지점을 확인하고, 보다 명 료한 판단으로 생활계획을 세우 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혼자 하는 일이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회적 활동을 하는 일이든 지 간에 자극이 과부하되어 통제 력을 잃지 않도록 ‘밤 12시’와 같 은 구체적인 과제수행 종료 시간 을 미리 정해두고 이를 엄격히 지키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리스트 적힌 계획부터 순서 대로 해결
마음의 컨디션 변화에 따라 나 의 집중력과 판단력 및 과제수행 능력도 함께 변화할 수 있다. 이 러한 변화를 방치하면 삶이 지속 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지만 체계 적인 관리 전략을 배우고 일상에 적용하는 과정을 통해 ‘나의 일 상생활의 운전능력’을 보다 안정 적으로 유지할 수도 있다.
오늘 내가 느끼는 자신감, 에 너지, 생각의 속도가 어떠한지 점검해 보자.
너무 빠르거나 너 무 느리게 느껴진다면 잠시 멈춰 서서 나만을 위한 ① 하루 15분 마음챙김 활동으로 숨을 고르고 ② 중요도의 별표 3개를 활용해 서 오늘 우선순위 활동 3개의 A 리스트를 정하며 ③ 넘치는 아이 디어와 걱정은 아이디어 노트에 적어두고 ④ 과제수행의 종료시 간을 정하고 지키기를 오늘부터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러 한 작은 구조화가 나의 일상을 보다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자신 의 생각에 휩쓸리지 않도록 지켜 주는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다.
윤제연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