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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기자의 눈] ‘죄인은 미워하지 말라’의 의미

By Admin
Mar 2, 2026

송윤서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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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서 / 사회부 기자

오랫동안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원칙으로 삼았다. 범죄학을 공부하면서 형벌은 복수가 아니라 제도라는 점을 배웠고, 법은 감정 위에 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문장은 내가 범죄를 바라보는 기준이 됐다.
 
16건의 아동 성범죄로 사실상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데이비드 앨런 펀스턴(64)의 가석방 관련 기사를 최근 다룬 적이 있다. 기사 작성을 위해 과거 범행을 들춰보며 ‘죄인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사건 발생은 1990년대, 아동을 차량으로 유인해 성범죄를 저질렀다.피해자는 모두 7세 이하의 아동들이었다. 당시 법원은 그의 유죄를 인정해 25년 이상의 종신형 3건, 그리고 추가로 20년형을 더 선고해 그는 감옥에서 남은 생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고령의 수감자에게 가석방 심사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가 있다. 50세 이상으로 20년 이상 복역한 수감자, 또는 60세 이상으로 25년 이상 복역한 수감자는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된다. 가석방 심사위원회는 해당 수감자가 공공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가석방을 허가할 수 있다.  
 
펀스턴도 이런 절차에 따랐다. 그의 형 집행 기간, 가석방 심사 과정, 사건 내용 등의 기록을 정리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범죄와 범죄자를 구분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범죄는 개념이 아니라 결과다. 피해자의 삶에는 사건이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범죄자를 미워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고 분노가 판단의 기준이 될 수도 없다. 가석방은 법적 절차의 결과다. 형벌은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사회 안전을 위한 제도다. 만약 사회가 감정을 기준으로 형 집행을 결정한다면, 법은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보면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은 감정이 법을 대체하지 않도록 경계하라는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즉, 분노가 정의는 아니라는 의미다.
 
형벌은 법에 따른다. 특정 범죄자를 인간의 범주 밖으로 밀어내려 한다면, 그 기준은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는가. 특정 범죄자에 대한 배제를 정당화 한다면, 그 논리가 다른 범죄 유형에까지 확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석방 제도는 본질적으로 위험성 평가에 기반을 둔다. 과거의 범죄가 아니라 현재의 위험을 본다. 이는 범죄의 무게를 가볍게 보겠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형벌의 목적을 복수가 아니라 사회로부터 격리를 통한 교정에 두겠다는 것이다. 이 구조를 부정한다면 가석방 제도 자체를 반대해야 한다. 감정으로 예외를 만들기 시작하면 제도는 점차 자의적으로 변하게 된다.
 
물론 가석방 제도가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다. 위험성 평가는 오류 가능성을 내포한다. 재범 가능성이 없다는 것도 확률적 계산될 뿐, 절대적인 확신을 주지는 못한다. 그 불완전성이 불안감을 낳은 것이다. 특히 피해자가 여러명이라면  그 불안감은 더욱 증폭된다. 그렇다고 가석방의 판단 기준을 감정으로 대체하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만든다.
 
펀스턴의 가석방 과정을 보면서 한 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죄인은 미워하지 말라’는 의미가 도덕적 관용이 아니라 제도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통제 장치다. 감정을 배제하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기준으로 삼지 말라는 요구다.
 
펀스턴의 범죄는 여전히 용서받지 못할 행위다. 그러나 그에 대한 형벌의 범위는 법이 정한다.  
 
법은 차갑게 작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정에 따라 흔들린다.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의 의미는 감정을 억누르라는 것이 아니라,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하라는 주문이다. 

송윤서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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