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이 모이면 늘 빠지지 않는 인사가 있다. “요즘 잘 지내? 어 디 아픈 데는 없지?” 하지만 대 부분의 대답은 “피곤해서 그렇 지, 두루 괜찮아, 아직 건강해”로 끝난다.
암은 그러나 특별한 증 상이 나타날 때엔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 증상이 없더라도 나이와 위험도에 맞춰 ‘선제적으 로 찾아야 할, 즉 조기진단해야 할 병’이라고 말한다.
지난달 말 발표된 보건복지부 와 중앙암등록본부의 2023년 국 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신규 암 환자 수는 28 만여 명(남 15만 명, 여 13만 70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7296 명(2.5%) 증가했다. 암 통계가 처음 집계된 1999년 10만1854명 에 비해 2.8배 증가했다.
이는 우 리나라 국민이 평생 암을 진단받 을 확률이 남자 약 2명 중 1명 (44.6%), 여자 약 3명 중 1명 (38.2%)에 달한다는 추정이다.
암이 더는 ‘드문 병’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매우 흔 한 질환이 되었다는 의미다. 2023년 남녀 전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으로 집계되었고, 이어서 폐암·대장 암·유방암·위암·전립선암·간 암 순이었다. 남성의 경우 고령 화 여파로 전립선암이 남성 암 1위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암 환자 중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에서 발생하고 있다. 나이가 들 수록 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 한 이유다.
암은 연령대에 따라 호발하는 암의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 소 아·청소년기에는 백혈병이나 뇌 종양 같은 희귀암이 상대적으로 더 눈에 띄고, 20~30대에는 갑 상선암이 호발하는 것으로 확인 되었다.
40~60대 여성에서는 유 방암이, 그 이후 연령에서는 폐 암(70대)·대장암(80대) 비교적 많이 발견된다.
남성의 경우 50 대는 대장암, 60·70대는 전립선 암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 령대마다 ‘꼭 챙기고, 확인해야 할 암’의 얼굴이 조금씩 바뀌는 것이다. 이 변화에 맞춰 가장 확실한 대응이 바로 정기 검진이다. 위 암과 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 암·간암 등은 국가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조기에 발견된 암은 치료 성적이 눈에 띄게 좋다. 실제로 암이 장기에 국한된 단계에서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90%를 훌쩍 넘는 경우 가 많지만, 다른 장기로 전이된 뒤에 발견되면 생존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같은 암이라도 언제 발견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병 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바빠 서” “증상이 없어서” “괜히 검사 했다가 알게 될까 봐” “조직 검 사하면 퍼진다(이는 전혀 사실 무근이다)는데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 봐”라는 이유로 검진을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고령의 부모 세대에서는 “이 나 이에 뭘 또 검사하냐”는 말이 쉽 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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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은 70~80 대에도 충분히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가 많 다. 반대로, ‘나이가 많으니까’라 는 이유로 검진을 건너뛰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이 더 큰 문제 가 된다.
전립선암의 경우 조기 검진으 로 사망을 줄일 수 있다는 증거 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아 국 가검진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 지는 않으나 50세 이상의 남성은 매년 혈액검사를 통한 전립선특 이항원(PSA) 측정 검사와 직장 수지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조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 우가 많지만, 진행되는 경우 배 뇨 곤란(소변이 잘 나오지 않 음), 빈뇨(소변 횟수가 잦음), 잔 뇨감(배뇨 후에도 소변이 남은 듯한 느낌이 나는 것), 야간 다 뇨, 요의 절박(화장실에 가고 싶 다고 느낀 후부터 화장실에 갈 때까지 소변을 참지 못하는 상 태), 하복부 불쾌감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증상에 대해서 도 숙지해두는 것이 좋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다면, 안부 인사에 한마디만 더 얹어 보자. “올해 위내시경은 하셨 어?” “대장내시경은 언제 했 지?” “유방촬영이나 전립선 검 사는 챙기고 계세요?” 이런 질 문은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 지만 사실은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따뜻한 관심이다. 부모님 뿐 아니라 40~50대 형제자매, 배우자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암은 특정 누군가의 일이 아 니라, 우리 가족 모두의 이야기 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점은, 우 리나라의 암 치료 성적이 좋다는 사실이다. 위암·대장암·유방암 의 경우 다소 암 발생이 많으나 생존율은 비교가능 한 185개국 중 1위로 가장 높다. 이는 조기 검진과 치료 수준이 그만큼 좋아 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 말 해, 제때 발견하면 충분히 이겨 낼 수 있는 암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알면서 도 미루는 것’이다. 정소연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