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의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던 후반 12분, 상대 페널티 아크 오른쪽 측면 프리킥 찬스. 공 앞에 K리거 이동경(울산)이 섰다. 호흡을 가다듬은 뒤 그가 왼발로 감아 찬 볼은 상대 수비벽을 절묘하게 넘겨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골대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한국축구대표팀은 4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인근 브리검영대(BYU)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엘살바도르와의 친선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북중미 월드컵 개막(12일)에 앞서 치른 마지막 평가전을 승리로 이끈 건 까다로운 고지대의 공기를 완벽하게 지배한 단 한 개의 정교한 슈팅이었다.
경기장 해발 고도는 1460m. 평지에 비해 공기 밀도가 떨어지는 이곳에서 킥은 종종 길을 잃는다. 공기 저항이 적어 비거리가 느는 반면, 스핀이 덜 먹혀 궤적을 온전히 통제하기 어렵다. 경기 후 양 팀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이동경의 득점에 찬사를 보낸 이유다.
이동경은 자타공인 K리그 최고 공격수다. 2025년 K리그1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하지만 축구대표팀에선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쟁쟁한 해외파 공격수들 틈바구니에서 두각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심사숙고를 거쳐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깜짝 발탁된 그는 “그저 꿈으로만 여기던 월드컵 무대가 눈앞에 다가왔다”면서 “내 인생 마지막 A매치라는 각오로 모든 걸 쏟아 붓겠다”고 다짐했다.
남다른 간절함은 공격포인트로 이어졌다. 지난달 31일 트리니다드토바고전(5-0승)에서 자로 잰 듯한 왼발 아웃프런트 크로스로 어시스트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은 결승 득점을 터뜨리며 포효했다. 손흥민(LAFC), 조규성(미트윌란)과 더불어 이번 2연전 최다 공격포인트(2개)다.
사령탑 홍명보 감독도 만족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동경의 컨디션과 자신감이 함께 올라왔다”면서 “이강인과 경쟁하는 포지션인데, 본선에선 잘 준비한 선수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줄 것”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최종 리허설을 2연승으로 마무리했지만, 축구대표팀 분위기는 차분하다. 일단 지난 19일부터 솔트레이크시티에 사전 캠프를 차리며 시작한 ‘고지대 적응’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조별리그 1·2차전을 치를 멕시코 과달라하라(해발 1571m)와 유사한 환경에서 머물며 자연스럽게 적응했다.
남은 과제도 명확해졌다. 홍 감독은 “멕시코 입성 후 더 많은 득점 기회를 창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대표팀은 6일 전세기 편으로 베이스캠프인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입성한다. 오는 12일 체코(유럽)와의 본선 A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시작으로 멕시코(19일)전과 남아프리카공화국전(25일)을 잇달아 치른다.
솔트레이크시티=피주영 기자






